날씨는 아직 추운 겨울에 머물러 있지만 봄이 다가오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에게 봄을 알리는 가장 첫 번째 신호가 입춘이라면, 서양에서의 봄을 알리는 신호는 바로 카니발 행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년 2~3월 중 열리는 카니발, 즉 사육제는 기독교의 사순절 기간 (부활절 전 40일)에 앞서 술과 고기를 먹으면서 요란하게 벌리는 잔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그 기간이 봄이 오는 입춘과 비슷하여 긴 겨울을 끝내고 봄을 맞이하는 하나의 문화 축제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큰 행사로 알려진 브라질 리우 카니발의 기사와 사진들이 인터넷을 가득 메우던 그 때, 프랑스에서도 작지만 흥겨운 카니발이 어김없이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카니발 중 가장 유명하고 유서가 깊은 행사는 니스의 카니발입니다. 130년 전부터 시작된 니스 카니발 행사는 18세기 베네치아의 전통을 이어받은 유일한 카니발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니스 외에 여러 지역에서 카니발 행사를 진행하며, 그 중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프랑스 파리입니다.
사실 지금의 파리지앵들이 파리에서 카니발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올 해로 16번째를 맞는 카니발 행사는 다소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는 듯 보이나, 사실은 중세 때부터 이어져온 오래 된 행사인데요. 단지 지난 1950년 이후 50여 년간 행사가 중단되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지만, 그 명성을 부활시키고자 한 파리시청과 여러 단체들의 협력 아래 1997년부터 그 맥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갑자기 한파가 몰아 닥쳤던 2월 2째 주, 눈이 내리는 매서운 날씨에도 파리 카니발은 화려하게 그 시작을 알렸습니다. 4000명의 카니발 행렬과 6000명의 관객들이 함께한 이번 행사의 주제는 ‘장난감 세계’였는데요. 매년 다른 테마를 정해서 축제의 즐거움을 늘린다는 기획은 파리 카니발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카니발의 시작, 즉 첫 행진은 전통에 따라 예년과 다름없이 화려하게 치장된 소가 끄는 마차와 함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의 행진으로 시작됩니다. 그 뒤로 각양각색의 행렬들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개성 있는 퍼레이드를 펼쳐나가는데요. 파리 20구 시청 앞에서 시작된 카니발 행사는 추운 날씨를 잊은 듯 5시간의 거리 행진을 거쳐 해가 지는 저녁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색색가지 화려함으로 무장된 퍼레이드 행렬이 이 행사의 꽃이라면, 그 꽃의 몽우리를 터트리는 것은 바로 퍼레이드를 참여하는 시민들입니다. 니스 카니발 같은 유명 카니발은 티켓을 구입하여 관람하는 형식임에 반해, 파리 카니발은 시민들과 같이 만들어가는 카니발인데요. 올 해도 파리에 거주하는 이들과 많은 여행객들이 카니발 복장을 하고 퍼레이드의 시작 장소에 모였습니다.
시민들은 행진이 시작되면 앞서는 행렬을 따라 다 같이 정해진 구간을 걸어갑니다. 이 때 주제에 맞춰 스머프 분장이나 장난감 분장, 일본 만화 주인공 분장을 하고 행진 하는 이를 비롯해, 다민족 국가인 만큼 프랑스 이웃 국가들의 전통 무용 행진도 볼 수 있는데요. 아이들은 추위를 잊은 듯 즐거워하고 가면을 쓴 어른들도 수줍음은 감춘 채 즐겁게 춤을 춥니다. 참여함으로서 더욱 풍성해지는 카니발, 그래서 모두의 축제가 될 수 있는 파리 카니발을 통해 시민들은 다가올 봄을 미리 느낍니다.
일년 내내 파리에서 개최되는 굵직한 국제 행사들에 비해 파리 카니발은 아직 그 규모는 작지만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려는 듯 파리지앵들의 카니발에 대한 열정은 매 해 더해갑니다. 카니발은 단순한 축제를 떠나 여러 세기를 이어오면서 시민들에게는 한 간의 시름을 잊게 해주고 화가, 음악가, 배우 등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는 행사였던 만큼 그 예술성 또한 다시 주목 받고 있는데요. 종교적인 축제에서 시민들의 축제로, 그리고 이제 예술 축제로 주목 받고 있는 파리 카니발. 내년은 또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파리지앵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지 기대됩니다.
카니발의 유래
파리 카니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축제
파리통신원 - 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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