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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박물관/미니멀리즘] 몸에 걸치는 예술품 – Bijoux d’ artistes

오래 전 귀족들의 전유물이였던 예술품은 오늘 날 좀 더 다양한 모습으로 쉽게 대중에게 다가서고 있습니다.  20세기 이후 예술이 대중화를 띄기 시작하면서 예술품을 감상하는 것부터 소유하는 것까지 여러가지 방법과 형태가 등장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파리까지 먼거리를 여행하지 않아도 사이버미술관을 통해 루브르박물관의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고, 의자 1개에 수천만을 호가하는 유명 디자이너의 디자인 의자는 조그만 미니어쳐로 생산되어 앉을수는 없지만 예술품을 ‘소유’할 수 있는 욕구를 충족시킵니다.

‘당신은 예술품을 몸에 걸치고 다니는 상상을 한번도 해보신 적이 없습니까?’

지난 1월, 파리에는 이 한 줄의 짧은 전시 광고문구가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시켰습니다. 그리고 만레이, 자코메티, 피카소, 루이스 부르조아, 니키 드 생팔 같은 이 시대의 예술가들의 흔적을 찾기위해 많은 파리지앵들이 전시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들의 작품이 아닌, 작품의 상징을 표현한 장신구를 만나기 위함입니다. 갤러리 크레딕 뮤니시팔 드 파리에서 열린 전시 ‘Bijoux d’artistes (예술가의 장신구)’는 이렇게 예술가들의 상징을 담은 장신구 콜렉션으로 전시장을 꽉 채우고 있습니다.

예술가의 장신구

마레에 위치한 르 크레딕 뮤니시팔 드 파리 (le crédit municipal de paris) 본사 한켠에 자리해 있는 갤러리의 이번 전시는 2009년 프랑스 브장송 시간 박물관에서 열린 전시를 파리로 옮겨 연장, 기획된 전시입니다. 전시장 안은 보석의 화려함과 예술품의 상징성이 서로 만나 가장 작고도 화려한, ‘또’다른 조각품으로 완성된 160개의 장신구들이 그 빛을 뽐내고 있습니다. 루이스 부르조아의 거미모양 브로치, 피카소의 도자기 브로치, 만레이의 미니멀리즘 반지 등 그 들의 작품만큼이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장신구들은 각자의 개성을 확실하게 가진 채 예술가의 상징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칫 이 장신구들은 예술품을 모방한 미니어쳐의 일부분이라고 취급할 수도 있으나 이 것들은 엄연히 각각의 예술가의 서명이 적힌 하나의 ‘작품’으로서 ‘아티스트 비쥬(장신구)’라 불리웁니다.

작지만 큰 전시회

전시장 유리 진열대에 번호만이 붙여져 전시된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마치 고급 보석상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전시회는 작품들의 크기가 작은 것을 감안해 작품 하나 하나에 리스트를 붙이는 것 대신 번호를 붙이고 관람객들에게 도표를 나누어 줌으로서 좀 더 쉽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져 있습니다.
20, 21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상징으로 완성된 장신구이기에 도표를 보기 전 작품만을 보고 어떤 예술가의 작품인지 맞춰보는 것도 이 전시의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관람객들이 ‘아티스트 맞추기’ 퀴즈를 즐기며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은 전시장 안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 크기 않은 갤러리 전시장이지만 쭉 둘러보고 나면 마치 커다란 현대 박물관을 꼼꼼히 다 둘러본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건 이 전시가 주는 가장 큰 혜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장신구과 예술작품. 이 둘의 공통점은 기본적으로 ‘미’를 추구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또한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삶을 담고 있는 물체이기도 합니다. 장신구를 통해 현대미술의 지난 세기를 조명해보는 이번 전시는 그 특색만큼이나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장신구로 재 탄생한 예술작품. 언젠가는 작은 보석함이 나만의 미술관이 될 날도 멀지 않은 듯합니다.

파리통신원-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