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파리지앵들은 드로잉의 매력에 푹 빠져있습니다. 파리 곳곳은 4월 초 한 주를 ‘une semain du dessin 드로잉 주간’ 이라고 광고하며 파리 곳 곳은 드로잉에 관한 전시와 아트페어로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사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평면을 채운 색의 마법, 회화에 빠져있었습니다. 하얀 캔버스의 공간이 물감으로 채워져 새로운 세상으로 탈바꿈할 때 우리는 그 것을 완성된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하게 됩니다. 그에 비해 소묘, 흔히 드로잉이라고 말하는 그 것은 하나의 완성된 개체로 인식되기 보다는 밑그림이란 인상이 강했던 게 사실입니다. 물론 그리는 목적에 따라서 그 것은 회화 작업이나 건축, 디자인 작업 중에 행해지는 아이디어 스케치, 밑그림으로 이용되고 또는 회화 완성품을 위한 습작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드로잉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라는 사실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드로잉만을 위한 아트 페어가 열리고 드로잉을 주로 작업하는 드로잉 작가들의 활약이 커지면서 드로잉의 매력은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프랑스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파리의 많은 박물관과 갤러리들이 이 드로잉 주간을 맞이하여 드로잉에 관한 전시를 열고 있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루브르 지하공간에 위치한 전시장 카루셀 뒤 루브르 (Carrousel du Louvre) 에서 열리고 있는 ‘드로잉 나우(Drawing Now)’ 행사 입니다. 이 아트페어는 현재의 드로잉에 관한 현대 미술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자 그 곳에서 직접 작품을 사고 팔 수 있는 전형적인 살롱형태의 행사입니다. 파리의 유수한 갤러리들은 물론 뉴욕, 베를린, 벨기에, 베이징 등 세계 여러 각국 도시의 갤러리들의 소속 아티스트 작품들을 한 곳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이 드로잉 전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드로잉, 그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종이에 펜이나 연필로 그려진 그림의 한계를 뛰어 넘은 지는 오래됐습니다. 드로잉의 중심은 ‘선’입니다. 현대미술에서는 그 ‘선’은 드로잉을 대표하는 특징으로 ‘선’이란 개념을 이용한 모든 작업들을 ‘드로잉’이 연속선으로 간주하고 인정하고 있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시장에는 ‘선’이란 개념을 이용한 클래식한 드로잉 작품부터 설치, 비디오 작품까지 다양한 현대미술 속 드로잉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담백한 ‘선’의 매력으로 가득 찬 전시장은 회화, 사진, 설치 등 모든 종류의 현대미술이 섞여있는 여타의 아트페어가 줄 수 있는 무거움과 다양함으로 무장함이 다소 과다함으로 변질되어서 오는 피로감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소 밋밋하다고 느껴질 지도 모르는 각각의 갤러리 부스의 작품들은 드로잉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벼움과 소소한 이야기 거리들을 마음껏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드로잉’ 작품들은 다른 장르의 작품들에 비교하여 적정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어서 다양한 연령대의 파리지앵들이 자신의 맘에 드는 예술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습니다.
드로잉의 자유로움과 담백함의 매력은 파리지앵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퍼져 많은 이들에게 그 가치와 의미가 주목 받고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선 하나에 표현될 수 있는 강, 약의 조절과 리듬감, 그리고 여백이 주는 휴식은 어쩌면 우리 감성과도 많이 닮아있어 편안한 기운을 감돌게 만듭니다. 비싸고 유명한 작품일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드로잉 한 점을 구입하여 우리의 생활 공간 한 벽면에 걸어두는 것, 그 것은 프랑스인들이 사치가 아닌 여가 생활이라고 부르는 하나의 문화입니다.
드로잉 그 자체의 미학
드로잉 나우
드로잉의 변신
파리통신원-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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