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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여행 루트/프랑스 여행] 거꾸로 보는 루이 14세의 베르사유 궁전 - 전시 ‘아니쉬 카푸어’

▶우리가 알던 화려한 베르사유 궁전에 파격을 불어넣은 전시, 현대 미술가 아니쉬 카푸어의 전시를 감상해볼까요?◀



17세기 말부터 18세기는 문화적으로나 대외적으로 프랑스가 가장 빛났던 시대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무수한 업적을 이룬 태양왕 ‘루이 14세’가 있는데요. 그는 이제 역사 속 인물이 되었지만, 프랑스에서 루이 14세는, 지금의 프랑스를 있게 한 인물로 불리며 여전히 그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프랑스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루이 14세의 많은 흔적들 중에서도 그의 아이콘이라고도 불리는 ‘베르사유 궁전’. 오늘은 베르사유 궁전을 색다르게 만날 수 있는 전시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 도마 위에 오른 루이 14세의 아이콘, 베르사유 궁전
 
 




‘태양왕’의 에너지가 아직도 느껴지는 듯한 장소, 베르사유 궁전은 2008년 이후 줄곧 뜨거운 감자가 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2015년 여름, 이 곳에서 또 하나의 사건이 터지며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했는데요. 바로 베르사유 궁전에 설치된 현대미술 작품에 누군가가 노란색 페인트를 뿌린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프랑스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베르사유 궁전, 거기에 여성의 성기를 상징한 듯한 예술 작품 ‘Dirty Corner’가 놓이자 프랑스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이 곳에 전시를 하고 있는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작품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도 출신으로 영국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아니쉬 카푸어. 그는 2002년 영국 최고의 현대 미술상인 터너상(Turner Prize)을 받은 아티스트로, 현재 세계적인 거장으로 손꼽히는 작가로서 이번 2015 베르사유 궁전 초청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대칭미의 절정이라고 불리는 베르사유 정원에 설치된 그의 작품들은, 대칭미 속에 불균형을 조화롭게 배치시켜 또 다른 활력을 주고 있는데요. 특히 베르사유 궁전과 하늘의 모습을 반전으로 비춰주는 카푸어의 대표적인 작품 ‘Sky Mirror’와 ‘C-Curve’는 이 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시각적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 웅장한 베르사유 궁전에 활력을 불어넣은 파격적 작품들
 

 



보는 각도에 따라 본인과 주변 광경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비춰주는 작품 앞에 서서 오랫동안 작품을 즐기고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 외에도, 마치 검은 소용돌이로 빠져들 것만 같은 작품 ‘Descension’과 베르사유 정원 안 쪽에 비밀스럽게 감춰져 있는 드넓은 풀밭에 설치된 작품 ‘Sectional Body Preparing for Monadic Singularity’ 등 총 6개의 작품이 넓고 웅장한 베르사유 정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제프쿤스(Jeff Koons),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 무라카미 다카시(村上 隆), 베르나르 브네(Bernard Venet), 조안나 바스콘셀로스(Joana Vasconcelos), 주세페 페노네(Giuseppe Penone), 그리고 2014년에 참여한 국내 작가 이우환을 거쳐, 올해 아니쉬 카푸어까지. 베르사유 궁전에서 매년 기획되는 현대 미술 전시는, 전통적인 문화 건축물과 현대 미술의 조화라는 이유로 전시를 찬성하는 쪽과, 전통적인 문화 건축물 자체만을 더 지지하면서 전시를 반대하는 입장이 팽팽히 맞선 채 매년 전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가장 위대하다고 여겨지는 문화재 중 하나인 베르사유 궁전에, 현대 미술의 강렬한 오브제가 놓인 모습은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렇게 대비되는 모습이 결국, 과거와 현재를 각각 대표하는 문화 예술이 한자리에 모인 풍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시간을 거슬러 만나는 두 시대의 위대한 예술, 그 만남만으로도 이 전시는 충분한 매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파리통신원 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