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달콤한 황금 연휴, 잘 보내셨나요? 미처 즐기지 못한 연휴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곧 다가올 여름 휴가 계획을 조금씩 세우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최근, 한 프로그램에서 배우 하지원 자매가 남 프랑스 그라스의 한 저택에서 달콤한 프렌치 라이프를 즐기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떠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른바 ‘향수의 도시’라고도 불리는 프랑스의 소박한 남부 도시, 그라스(Grasse)로 떠나보려고 합니다.
■ 조향사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향수의 도시’
눈부신 태양과 얼굴을 간질이는 부드러운 바람, 달콤한 휴식만큼이나 기분 좋은 기후를 선사하는 프랑스 남부에는, 많은 여행자들이 한번쯤 꿈꾸는 휴양지들이 모여있습니다.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에 속하는 도시 그라스(Grasse)는, 대표적인 프랑스 남부 도시 ‘니스(Nice)’와 ‘칸(Cannes)’에서도 가까워, 1시간 남짓 정도 차를 타고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데요. 파크리트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에서 주인공 그루누이가 향수 제조비법을 얻기 위해 찾아갔던 곳으로도 알려진 만큼, 이곳은 자스민, 장미, 라벤더 등 다양한 꽃들이 재배되어 향수 제조업자들의 성지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이름만으로도 향긋함이 전해지는 듯한 도시 그라스는, 지금도 그 옛날 도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중세 시대 주로 가죽을 생산하는 일이 성행되었던 이 지역은, 공정 과정에는 나는 좋지 않은 냄새로 인해 평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분지 위에 세워지게 되었는데요. 하지만 16세기에 이르러, 프랑스 역사 속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마트린 드 메디치 왕비와 그녀의 수행원 겸 조향사였던 플로렌틴에 의해 향수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악취가 나던 작은 마을은 ‘향수의 도시’로 180도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 향수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Scent Paradise’ |
프랑스 향수원액 생산의 2/3을 도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향수원액의 70%를 공급하고 있는 그라스. 따뜻한 기후와 질 좋은 토양, 그리고 유리한 입지 조건으로 향수 생산에 필요한 다양한 꽃과 과일들이 재배되고 있는데요. 때문에 향수뿐만 아니라 비누, 향초, 방향제 등 그야말로 향기의 모든 것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곳에서는 프라고나(Fragonard), 몰리나르(Molinard), 갈리마르(Galimard) 등 대표적인 프랑스 향수 회사들과 공장들을 무료로 견학해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인데요. 바로 옆 ‘국제 향수 박물관’에서는 향수의 역사와 향수 제조 과정 등 향수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하니, 향수 애호가들에게 그라스는 파라다이스 같은 곳일겁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향수 브랜드 외에도, 그라스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서로 다른 이름과 패키지를 가진 다양한 매력의 수제 향수 가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처음 맡아보는 다양한 향들과 오밀조밀 놓여있는 향기 가득한 제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이 작은 마을을 돌아보는 데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은데요.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좋지만, 나만의 특별한 향을 찾고 싶다면 전문 조향사들의 도움을 받아 나만의 향수를 제조할 수도 있습니다. 수 많은 향들 중에 내가 원하는 향을 거르고 다른 향들과 블렌딩해 만드는 특별한 향수, 그라스만이 선사해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이 아닐까요.
빛 바랜 레몬 색의 건물들과, 굽은 언덕길의 골목 사이로 황홀한 꽃 향기가 바람을 타고 넘실대는 곳. 이 곳에서는 길을 잃는다 해도 코 끝을 맴도는 향긋함에 그저 행복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프랑스 남부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보물 같은 도시이자, 6,000여종 이상의 향을 탄생시킨 500년 전통의 세계적인 향수마을 그라스로 향기 가득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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