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요? 자고 일어나면 또 하나의 새로운 건물이 지어져 있는 서울과 달리, 이 곳 프랑스에서는 100년도 훌쩍 지난,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건물에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도시 속 변화하는 삶의 패턴을 반영해, ‘집’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는데요. ‘몇 세기’라는 시간이 우습게 보일 정도로 견고하게 서 있는 건물들 사이에서, 어쩌면 생소해 보일 수도 있는 집 ‘Mobile Home(모빌 홈)’. 그리고 이 새로운 집에 대한 진지하고 때로는 유쾌한 연구와 시도를 지금 파리의 센(Seine) 강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 ‘필수’의 공간에서 ‘필요’의 공간으로
오르세 미술관 옆에 위치한 파리의 센 강변, 그리고 그 근처의 컨테이너 박스 위에는 다소 이질적인 물체가 하늘에서 떨어진 듯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비정형적인 물체에 적힌 ‘Hotel Parasite(기생하는 호텔)’라는 간판 역시 눈에 띄는데요. 언뜻 사람이 살기에는 좁아 보이는 사이즈이지만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을 갖춘 이 건축물은, 센 강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 끌고 있습니다. 이 건축물의 정체는 바로 파리 센 강변에서 열리는 전시, ‘Mobile Home(모빌 홈)’에서 선보이고 있는 하나의 작품입니다.
‘움직이는 집’을 뜻하는 ‘Mobil Home(모빌 홈)’에 대한 관심은, 십여 년 전부터 꾸준히 현대인들로 하여금 존재해왔습니다. 오랫동안 한 곳에 정착해 살던 과거와는 달리, 독신 가족(Single Family)이 증가하고 도시 속 현대인들의 거주지 역시 자주 바뀌어 가면서, ‘집’에 대한 개념 역시 빠르게 변화되었는데요. 특히 대학 입학과 동시에 부모로부터 대부분 독립해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프랑스 젊은 세대들에게, ‘집’은 ‘필수’의 공간에서 ‘필요’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건축자재를 재활용하고 각자의 생활 패턴에 따라 꼭 필요한 만큼만 공간을 이용하는 ‘Mobile Home(모빌 홈)’에 대한 생각은, 경제성과 환경을 생각하는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아이디어인지도 모릅니다.
■ 변화하는 환경과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주거공간 |
도심 속 건축과 조각의 경계, 일의 공간과 거주의 공간에 대한 고찰을 표현한 ‘Hotel Parasite(기생하는 호텔)’, 센 강에 정박되어 있는 페니쉬(Peniche - 주거용으로 개조된 배)에서 영감을 받은 ‘Vingt Mille Lieues Sous la Seine(센 강 아래 2천개의 공간)’, 완벽하게 독립성을 추구하면서 최소한의 주거공간과 이동,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한 ‘Room-Room’, 그리고 콘크리트 블록에 우리가 살아가는 단면의 모습을 담은 ‘L’égoïsme’까지. 규모는 작지만 ‘집‘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들이 만들어 낸 아이디어로 가득한 4개의 ‘Mobile Home’들은, 호기심을 넘어 지구 환경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달라진 ‘집’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는 ‘Mobile Home(모빌 홈)’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보다는 개념적이고 디자인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점점 더 급속도로 변화할 시대 속 ‘집’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건축과 예술, 그리고 유머를 더한다는 컨셉의 전시는, 파리지엥 뿐만 아니라 센 강을 산책하는 많은 세계 관광객들에게도 큰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는, 12월 파리에서 개최될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맞춰 준비되어 그 의미가 더욱 돋보이는데요. ‘COP21’은 지구의 환경변화와 함께 앞으로 우리가 언급해야 할 새로운 기후 체제를 주제로 한 총회입니다. 환경에 의해 세계 각지의 주거지의 재료와 형태가 결정되는 만큼, 현대 사회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따른 새로운 주거 형태인 ‘Mobile Home(모빌 홈)’의 등장은, 전통적인 주거지를 결정하는 환경요인과 새로운 요인의 결합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삶의 기본 조건 중 하나인 ‘집’. 현대사회로 진입한 후 삶의 패턴들이 다양화되면서, 비록 그 의미와 기능이 축소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집’이라는 공간을 나를 ‘품어’주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내 몸을 편안하게 뉘일 수 있는 둥지 같은 공간인 ‘집’. 전시 ‘Mobile Home(모빌 홈)’은 ‘내가 돌아갈 곳은 나의 집’이라는 집의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 ‘지금 내가 머무는 곳이 곧 나의 집’이라는 집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 파리통신원 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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