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인류에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터전 뿐만 아니라 달콤하지만 위험한, 또 하나의 끊을 수 없는 오락 거리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바로 지금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기호식품, ‘담배’인데요. 하지만 최근 국내를 포함한 세계에서 불고 있는 담뱃값 인상과 금연 열풍은 프랑스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뽀얀 담배 연기로 둘러싸인 카페테리아에서 즐기는 거품 가득한 카푸치노를 또 하나의 낭만적인 풍경이라 여겼던 프랑스 사람들. 어떻게 금연 열풍에 동참하게 되었는지, 들여다 볼까요?
낭만적 풍경에 가려진 담배의 뒷면 |
유럽, 그리고 특히 프랑스는 ‘흡연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 세기 동안 담배를 사랑하는 흡연자들이 자유롭게 흡연을 즐기기에 최상의 낙원이었습니다. 카페나 레스토랑, 기차 플랫폼 같은 공공장소에서 누구든지 담배를 당당히 꺼내 물었고, 한 잔의 커피, 그리고 담배 한 개피와 함께 즐기는 사색의 시간은 더없이 중요하게 여겨지곤 했는데요. 그만큼 프랑스의 카페테리아와 담배는 불가분의 관계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언제나 희뿌연 연기에 둘러싸인 카페와 떠들썩하게 담론을 주고받는 파리의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은 동경의 대상이었고 프랑스의 예술, 문화를 탄생시킨 감수성의 원천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파리 생제르맹 거리의 ‘카페 드 플로르’와 ‘레 두 마고’ 등에서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문학가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 알베르 카뮈 등이 뿌연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열정적으로 토론 하던 모습은, 프랑스인들에게 문화적 유산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지금도 프랑스 카페에서 펼쳐지는 토론문화는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금연법 시행 이후 파리에서 발간되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유럽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서마저 흡연을 금지하는 것에 반대한다”, “사회적 통합기능을 담당해온 프랑스의 문화상징 중 하나인 카페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흡연자들의 천국, 변화하는 프랑스 |
<프랑스의 금연 캠페인>
하지만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비율의 흡연자들이 있는 나라이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많은사람들이 동경하고 꿈꾸는 파리의 낭만적 풍경과 예술 문화 역사의 한 켠을 지키며 장식했던 담배. 하지만 화려하게 찍힌 한 장의 프랑스 풍경사진이 아닌 현실 속에서, 흡연의 결과는 결코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담배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무려 73,000명에 이르는 폐해를 무시할 수 없었던 프랑스는, 2007년부터 공식적으로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상점, 교육 및 보건 시설, 오락 시설, 기차역과 공항을 비롯한 대중 교통 뿐만 아니라 식당, 카페, 카지노 등으로 장소가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2014년 현재, 파리에서는 공원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발의안이 제출될 예정입니다. 프랑스의 많은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곳에서 무분별하게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데요. 길바닥에 꽁초를 버리고 자동차 창 밖 으로 꽁초를 내던지는 파리지엔들이라니. 그다지 보기 좋은 풍경만은 아니겠죠? 1년동안 파리에서 나오는 약 350톤의 담배꽁초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 파리시는 쓰레기통 옆에 재떨이 1만개를 설치하고 약 3만개에 달하는 파리시의 쓰레기통 3개 중 1개꼴로 올 연말까지 재떨이를 부착하기로 했다고 하네요. 평균 7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1만원이 넘는 값의 담배 가격도 프랑스 금연 열풍에 한 몫 하고 있습니다.
국제 영화제가 열렸던 칸 해변에서도 영화제 기간 동안 금연령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오랜 역사 동안 함께 했던, 어쩌면 담배라는 기호식품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있어 오랜 친구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느리게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즐겁고 건강하게 이 아름다운 나라와 도시를 즐길 수 있다면, 조금의 수고로움이 더욱 가치 있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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