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프랑스에 처음으로 커피(Café)가 유입되면서 생겨난 카페는, 프랑스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예술을 아우르는 하나의 상징적인 장소이자 프랑스 3대 문화 중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프랑스의 근대 문화는 카페를 빼고선 논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지요. 이렇듯 카페가 대중들을 위한 사교의 장이었다면, 태양왕 루이 14세를 비롯한 귀족들은 조금 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차 문화를 즐겼습니다.
차 문화의 시작
동양에서 먼저 시작된 차 문화는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서야 유럽 사회까지 도달했습니다. 프랑스에 차가 처음 전해진 것은 1636년으로 영국보다 10년 이상 앞서있는데요. 지금은 영국은 홍차, 프랑스는 커피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당시 프랑스는 네덜란드와 더불어 유럽에서 차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였다고 합니다. 특히 차를 많이 마시는 중국인들의 건강과 장수 사례가 전해지며, 루이 14세를 비롯한 귀족들은 차를 무병장수의 비결로 생각하여 더욱 즐겨 마시곤 했지요.
영국의 홍차가 노동자계급까지 널리 퍼진 대중적 문화라면 프랑스에서는 이렇게 중, 상류 사회의 문화이자 오랜 관습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화려한 다기 세트와 함께 하는 우아한 Afternoon Tea는 프랑스식 차 문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한 궁정 문화가 담긴 다기(茶器)
중국의 차가 유럽에 처음 전해졌을 때, 차와 함께 도자기로 만들어진 다기(茶器)도 유입되었는데요. 금속으로 된 그릇을 사용하던 유럽 사회는 동양에서 온 이 백색 자기에 단숨에 빠져들어, 상류층을 중심으로 자기 수집이 급속도로 유행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자기의 수요는 날로 급증하여 결국 유럽의 각 나라들은 자체적으로 자기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는데요. 루이 왕조의 화려한 꽃으로 불리우는 프랑스의 ‘세브르 자기’도 이 때 탄생하게 된 것이죠. 세브르 자기는 독일의 마이센에 이어 후발 주자로 시작하였으나, 자신만의 색깔을 확고히 하며 마이센 못지 않은 명성을 얻어, 오늘날 유럽 자기 예술을 대표하는 대명사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바로크와 로코코 문화가 그대로 담겨 있는 정교하고 호화로운 회화와 문양, 그리고 금을 입혀 더욱 화려하게 완성된 세브르 자기. 프랑스가 유럽 사회의 중심이었던 시대, 누구보다 화려한 문화를 즐기고자 했던 프랑스 왕족 및 귀족들의 티 타임을 더욱 생기 넘치게 해 준 주인공은 바로 이 세브르 자기가 아니었을까요.
향긋한 플레이버리 티와 달콤한 티 푸드의 발달
은은한 향기와 그 안에 담긴 시간의 풍미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홍차와 와인은 흔히 ‘닮은꼴’로 비교되곤 하지요.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에 훌륭한 차가 많다는 사실은, 아마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홍차 브랜드로는 향수에서 시작한 NINA’S (니나스)와 프랑스 홍차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Mariage Frères(마리아쥬 프레르) 그리고 Fauchon(포숑), 이렇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세 브랜드 모두 별도의 가향 처리를 거친 Flavory Tea (플레이버리 티)로 유명합니다.
플레이버리 티의 경우, 첨가되는 향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대표적인 향으로는 사과 등의 과일향이나 베르가못 등의 허브류, 초콜릿과 캐러멜 같은 달콤한 향 등이 있습니다. 프랑스 홍차 브랜드의 제품은 국내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음에도, 풍부한 향에 매료된 홍차 애호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죠.
이런 향긋한 차에 빠질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티푸드입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홍차에 적신 마들렌 이야기로 시작되는데요. 주인공은 마들렌 한 조각을 홍차에 적셔 먹다가 그토록 떠올리려 애써도 생각나지 않던 유년기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지요.
이렇게 프랑스인들은 쌉싸름한 홍차에 달콤한 티푸드를 곁들이는 것을 선호했는데요. 여러가지 티푸드 중 페스츄리와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었으며, 위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마들렌이나 너무 달지 않은 휘낭시에, 마카롱, 제철 과일 등도 홍차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단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봄을 앞두곤 있지만 아직까진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 올 듯 말 듯 애태우는 봄 기운 때문인지 유독 늦겨울 추위가 차갑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땐 잠시나마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은은하지만 깊은 프랑스 티 특유의 향기가 마음까지 따뜻하게 감싸줄 것입니다.
* 사진 출처: shadowcook.com, , , , pearlsandpro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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