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꿀색의 피부를 가진 사람은 누구일 지 궁금하게 만드는 독특한 제목의 애니메이션, <피부색깔=꿀색>. 애니메이션 <피부색깔=꿀색>은 한국에서 태어나 5세 때 벨기에로 입양된 전정식(융 헤넨)감독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버려진 것에 대한 상처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소년 ‘융’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볼까요?
■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 |
<피부색깔=꿀색>은 벨기에 국적으로 살아가는 한국인 입양아 ‘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버림받은 아이’라는 상처를 안고 살았던 감독 자신의 성장기를,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섞은 하이브리드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인데요. 애니메이션에서의 ‘융’은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지는 반면, 다큐멘터리에서의 ‘융’은 차갑고 사실적인 시선으로 그려지는 특징을 지닌 작품속에서, 관객들은 감독이 스스로를 그려내는 방법을 바라보며 마음에 깊은 울림을 느끼게 됩니다.
<피부색깔=꿀색>은 세계 3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아니마문디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크고 작은 상을 잇따라 거머쥐었습니다. 전정식 감독은 작품성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전세계 관객들과의 소통에도 성공했는데요. 그 밖에도 ‘제15회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2013년에는 그의 자전 만화 『피부색깔=꿀색』의 개정증보판이 출간되며 한국 관객들과의 거리도 한껏 좁혀나갔습니다.
■ ‘한국에서만큼은 ‘융’이 아니라 ‘전정식’ 감독으로 불리고 싶어요’ |
전정식 감독은 그의 나이 5세로 추정되는, 1970년에 벨기에로 입양 되었는데요. 남대문 시장에서 그를 발견한 경찰이 홀트아동복지회에 그를 맡겼고, 그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던 메모에 바로 그의 작품 제목이기도 한 ‘피부색깔 꿀색’이라는 글이 적혀있었습니다. 감독은 서양에서는 동양인의 피부 색을 노란색으로 표현하는데, ‘피부색은 꿀색’이라는 문장이 아름답고 시적이라 생각하여 영화 제목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는데요.
다른 입양아들과 마찬가지로 전정식 감독 또한 불안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 버려진 것에 대한 상처에 대해 매우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마약과 자살충동, 우울증으로부터 지켜준 것은 치유의 과정이었던 ‘만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요. 감독은 용기를 내어 ‘내 이야기’를 그리자는 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로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 소년 ‘융’이 탄생했습니다.
전정식 감독은 자신이 만든 작품이 책임을 묻기 위한 영화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저 한 아이가 자라서 살아남은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며,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며, 입양아들 전체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는데요. 그리고 2015년 12월, 다시 한번 전정식 감독은 주한프랑스문화원에서 한국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합니다. 추운 겨울, 소년 융을 닮은 달콤쌉싸름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