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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안무가 피나 바우쉬/발레 내한공연] 경이로운 창조적 움직임의 세계, 마기마랭

많은 사람들의 보편적 취미활동이 된 영화관람부터, 가을에 즐기기 좋은 독서, 그리고 재생 하는 순간 같은 풍경을 다르게 보이게 해주는 음악감상까지. 차곡차곡 마음의 양식을 쌓아주고, 우리의 영혼을 살찌워주는 다양한 문화와 예술 활동들이 세상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즐겨 찾는 무궁무진한 문화활동 중에서도 ‘현대무용’이라는 분야는 조금 멀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언제나 깜짝 놀랄만한 작품을 선보이며 올 해 한국을 찾기도 했던 프랑스 출신의 무용가, ‘마기마랭’. 그녀와 함께, 낯설지만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을 가진 현대무용의 세계 속으로 떠나보려 합니다.


상상력으로 빚은 ‘말을 대신하는 무용’



프랑스 현대무용을 이끌어온 거장, 마기마랭의 무용 인생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51년, 프랑스의 툴루즈에서 태어난 마기마랭은 그녀의 나이 여덟살에 발레를 배우며 무용에 첫 발을 내딛게 됩니다. 하지만 ‘스트라스부르 오페라 발레’에 합류해 국립 국단 배우들을 만나면서, 그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것과 다른 길에 대한 갈망을 하게 되는데요. 마기마랭은 그 이후, 3년간 ‘무드라 학교’에서 연기와 소리, 리듬과 함께 즉흥적으로 표현되는 공연예술의 세계를 접하면서, ‘춤이 사람들의 말을 대신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새로운 영역의 무용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 마기마랭은 ‘모리스 베자르 20세기 발레단’에서 무용가이자 안무가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합니다. 춤과 연극을 결합하는 방식에 있어서, 그녀는 ‘안무의 혁명가’라고도 불리우는 독일출신 무용가, '피나 바우쉬'와 종종 함께 거론 되기도 했는데요. 마기마랭은 영상뿐만 아니라 문학을 무용과 연계하고, 소리와 대사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피나 바우쉬보다는 좀 더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그녀의 무한한 상상력과 유니크한 작품 스타일은 작품 <메이 비(1981)>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괴기스러운 분장을 한 무용수들의 파격적인 무대는 정적인 무용만을 알아왔던 프랑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현대무용의 시초, 누벨당스를 이끌다



마기마랭은 ‘무용’이라는 행위가 할 수 있는 사회적인 역할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해온 무용가였습니다.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무대 위로 옮겨와, 움직임을 통해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는데요.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동화로만 알고 있는 <신데렐라>를 새롭게 해석해, 리옹 오페라 발레단에서 초연하기도 했습니다. <신데렐라(1985)> 역시, 평단으로부터 주목 받은 그녀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언제나 예측불허, 상상이상의 다양한 시각적 효과들을 통, 단순히 ‘무용’이라는 범위에 국한되지 않은 ‘새로운 무용’을 피워낸 마기마랭은, 바로 현대무용의 시초가 되는 ‘누벨당스(Nouvelle Danse)’를 이끌어냈습니다.

 

* 누벨당스(Nouvelle Danse)란?

- 1980년대에 들어와 프랑스와 벨기에를 중심으로 활발해진 현대 무용의 명칭

 


지난해, <총성>이라는 작품으로 국내 무대를 찾았던 마기마랭은 이번 해 또 다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노래의 연극’이라는 의미의 신작 <징슈필(Singspiele)>은, 연기와 노래가 어우러진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그녀의 생각에서 비롯되어 홀로 무용수가 무대를 빛내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입니다. 발터 벤야민과 귄터 안더스 같은 독일 철학자들의 책에서 영감을 얻어, 사람이 누군가와 마주하고 서로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각에 관해 다루었다고 하는데요. 60살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무용을 통해 사람과 사회, 그리고 소통에 대해 끊임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무용가, 마기마랭. 언제나 틀을 깨는 도전과 벽을 뛰어넘는 그녀의 상상력은, 멈춰있는 일상 속에 신선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무용은 인간의 모든 것을 탐험하는 도구이며, 발레나 현대무용으로 정해진 규칙을 넘어선 영역’이라고 마기마랭은 말했습니다. 누벨당스를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무용이라는 영역이 거의 희미해지고 텍스트와 영상, 미술 등 다각적인 예술분야와 연출적 요소가 강조된 ‘농 당스(Non Danse)’의 중심에도 그녀가 있었는데요. 어느새 모든 것이 비슷한 풍경처럼 느껴지고, 흑백사진처럼 색채 없는 똑같은 날들이 무료하게 느껴질 때, 청량한 예술적 자극을 선사해주는 마기마랭의 움직임처럼 평소에는 쉽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독특한 상상력으로 우리 안에 잠들었던 예술적 감각을 일깨워보는 건 어떨까요? 어느 때보다 풍부한 감성으로 가득한 가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