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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자전적 소설/실존주의 소설] 특이한 인생을 살아온 자전적 에피소드, 장 주네<도둑 일기>

수많은 자전적 소설은 자신의 삶의 일부를 차용하여 픽션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 만나볼 프랑스 소설은 자기 생활에 대한 적나라한 체험기이며 자신의 신조를 낱낱이 밝혀내는 고백서로 자전적 성격을 강하게 나타냅니다. 사회에서 하등하게 여겨지는 것은 물론 철저히 거리를 두어야 할 존재로 여겨지는 악이라는 영역을 성스럽고 심지어 아름다움으로까지 형상화되는 이 작품은 프랑스의 수많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에게 환영을 받기에 이릅니다. 루이까또즈와 10월에 만나보실 명작은 장 주네의 <도둑 일기>입니다.


절도와 배반, 그리고 동성애가 뒤엉킨 소설


어느 시대에나 피해야 하고 추구해서는 안 되는 단어이자 주제로 버무려진 장 주네의 소설 <도둑 일기>는 장 주네의 일대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사실상 소설적인 성격과는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정통 소설과는 거리가 있을지라도 장 주네는 에세이와 소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그가 겪었던 인생 속 불의함을 성스럽고 미학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식모살이를 하던 어머니의 사생아로 태어나 7개월 만에 버림받은 주인공은 어린 나이부터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 듯 전전하며 절도와 범죄를 일삼으며 고행을 마치 선택하는 듯한 삶을 살아갑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그가 그러한 생활을 하던 중 마침내 교도소를 탈옥하고 난 후 본격적으로 밑바닥 생활을 하며 만나게 된 수많은 범죄자들과 동성애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버림받은 사생아로서 스스로 버림받은 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그는 교도소에서 발견한 자신의 글쓰기 실력을 통해서 악의 세상 속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성스러움을 발견해가는 여정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소설에서는 마치 그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듯한 적나라하고 현장감 있는 잔혹한 묘사가 그려져 있습니다. 장 주네가 유럽 곳곳을 떠돌이 생활로 전전하며 겪은 다양한 살인현장과 살인에 대한 충동, 그리고 남자들 사이에서 아름다운 여자로 칭해지던 남창생활은 물론 강도질을 일삼으며 더럽고 충격적인 묘사로 일관돼있습니다.


위험하고 불안한 스토리를 이어가는 <도둑 일기>가 만약 사회악으로 여겨지는 부분만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당혹스러운 요소들로 소설을 구성했다면 작품성으로도 철학가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장 주네는 글을 통해서 다양한 사회악을 명확하게 펼쳐 드러내면서 이를 통해서 진실성이라는 미학을 획득합니다. 즉 누구나 감추고 싶고 드러내고 싶지 않지만, 실제 존재하고 누군가의 이야기일 수 있는 악이라는 영역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포착해내는 모습 자체가 어쩌면 진실한 아름다움이자 신성함이라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스러움에 대한 새로운 시각



당시 장 주네의 <도둑 일기>는 정식적인 절차를 걸친 출판이 아니라 비공식적이며 은밀한 통로를 통해 출판되어 대중에게 유통되었습니다. 사회악적인 요소들로 둘러싸여 있다 보니 로마 교황청은 이 작품을 금서로 지정하기도 했고 어떤 보수적인 작가들에게는 오물이라는 취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의 작품이 이러한 평가절하를 받다 보니 장 주네 역시 범죄자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물론이요 요주의 인물로 이름이 높은 것은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금지 시 될수록 더욱 가치롭게 여겨지는 역설적인 반응으로 많은 지식인들과 철학자들의 옹호와 지지를 받기에 이르게 됩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장 주네를 성(聖)주네 라고 부르며 그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대표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실제로 장 주네가 소설을 발간한 시기는 1949년. 모더니즘 시대가 도래하면서 실존주의 철학과 그에 상통하는 문학은 큰 인기를 끌고 있었고 이러한 특수한 시대와 시기에 발표된 장 주네의 <도둑 일기>는 실존주의를 대표적으로 반영하는 작품이자 문학으로서의 실존성을 명확히 하는 대표작으로 거론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그를 종신형으로 처벌하려던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작성해 보낼 만큼 프랑스 지성들은 인생을 악으로 채워 놓은 버림받은 자를 지지하게 됩니다.

그들이 그토록 장 주네의 위험한 일기를 지지하며 그를 옹호했던 것은 다름 아닌 성스러움의 틀을 깨뜨렸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실제로 장 주네는 자신의 예술적 가치관을 소개할 때 아픔과 상처라는 미학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히곤 했는데요. 윤리적이고 도덕적이며 종교적인 색상의 신성함은 하나의 윤리적 완성일 뿐 아름다움이라고 말하기엔 부조리하다는 것을 역설합니다.


시대의 신성한 진실로 평가받은 장 주네의 솔직하고 대담한 고백 <도둑 일기>는 이야기 속 잔혹함이 여과 없이 묻어있는 대신, 장 주네만의 풍부한 문장력으로 미학적이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충분히 느끼게 하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성스러움으로 향하는 악의 모든 과정을 누구보다도 적나라하고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성스러움을 완성했다는 것이 아닌 모든 악을 통해 이뤄가는 성스러움을 향한 과정은 인간의 비도덕적인 면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며 역설적으로 순수성을 나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