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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카페 문화/커피이야기/에스프레소]악마의 음료가 만들어 낸 놀라운 업적

‘이교도는 하늘을 거스르는 자요 곧 처형의 대상 이였던 옛날옛적 16세기 유럽.
교황은 이교도의 까맣고 쓰디쓴 악마의 음료를 금지하는 판결을 위해 그것을 한 모금 들이킨다.
그 순간 교황은 그 맛과 향기에 푹 빠져버린다. 그리고 그 맛에 반해버린 교황은 어떻게 하면 이 음료를 계속 마실 수 있을 지 고민하다 음료에 세례를 내리겠노라 외친다. 세례가 내려진 이 음료는 오래오래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는다.'

설마 사실일까? 라는 의문을 품게되는 이 이야기는 꾸며진 이야기가 아닌 실제 역사 속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교황도 외면하지 못했던 그 매혹적인 음료는 바로 현대인들의 생활필수품이 되어 버린 ‘커피’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다소 웃기고도 진지한 이 사건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는 급속히 커피문화가 확산되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됩니다.

<Café de flore>

프랑스의 커피문화

프랑스를 생각하면 떠올리는 몇 가지 단어들 중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카페 (café)’입니다. 카페는 커피를 뜻하는 프랑스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커피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장소를 뜻하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거리를 걷다 보면 우리나라 편의점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자주 카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카페가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문화적인 공간임을 발견하게 되죠. 루이까또즈의 모태이기도 한 태양 왕 루이 14세를 통해 급격히 발전한 프랑스의 커피문화, 그가 커피를 사랑했다기 보다는 외교적인 역할로 이용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가 프랑스의 커피문화를 이룩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왕이였음은 틀림없습니다. 아랍에서 온 외국의 음료는 프랑스에서 그렇게 프랑스인의 삶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커피 그리고 카페

프랑스에는 많은 유명한 카페들이 존재합니다. 볼테르와 몰리에르, 발자크, 루소, 빅토르 휴고, 나폴레옹이 단골 이였다는 프랑스 최초의 카페 중 하나인 르 프호코프(le procope), 실존주의 철학자인 샤르트르와 보봐르가 단골 이였다는 카페 드 플로흐(le café de flore)그리고 피카소, 에티트 피아트,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레 두 마고 (les deux magots)등 수백 년을 거쳐온 유명 카페들과 그 외의 많은 카페들이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아직도 성업 중입니다. 이 카페들은 주로 쎙제르망 데프헤라는 지역에 몰려있는데요, 그 모양새는 소르본 대학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형태입니다. 지성의 장이라 불리는 소르본 대학을 바탕으로 이 지역에는 오래 전부터 지식인들이 모이기 시작했으며 그 이유를 바탕으로 카페가 생겨나고 또한 토론을 바탕으로 한 카페문화가 발전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이 곳은 그들에게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서 이 곳은 안성맞춤인 곳 이었겠죠?

<Café les Deux Magots>

이 많은 명소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요 해답은 프랑스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음료 ‘카페’가 아닌 장소와 더불어지는 ‘카페라는 점입니다. 장소를 떠나서는 프랑스인에게 그 것은 한낱 음료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프랑스인에게 세계적으로 유행인 테이크 아웃 커피는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그들에겐 ‘장소’가 중요하고, 그 장소에서 하나의 음료는 문화로 탈바꿈되는 것입니다. 카페 레 두 마고 (les deux magots) 앞에는 철에 새겨진 안내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는데 이 것은 바로 이 곳이 문화재로 지정됐음을 알려주는 표시 판입니다. 이 것만 보아도 프랑스인들이 얼마나 카페라는 장소를 문화적으로 아끼고 있는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프랑스인들의 에스프레소 사랑

현대의 카페에서는 에스프레소 외에 수십 개의 음료의 종류를 팔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에스프레소 한 잔을 시키는 것을 더 익숙해합니다. 제일 싸다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 들은 그 작은 잔 하나가 이끌어내는 풍부한 토론, 그 자체의 상황을 사랑하기에 에스프레소는 다른 많은 달콤한 음료를 제치고 항상 메뉴 판 맨 앞에 존재합니다.
 


프랑스인들은 살아있는 시간 동안 끊임없는 토론을 한다고 하는데요, 그들은 토론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고 사회가 나아지는 방향을 연구하기 위함이죠. 이렇게 프랑스를 발전시킨 철학과 예술 지식들은 토론에서 시작되었다 볼 수 있는데, 장소는 바로 학교나 세미나가 아닌 카페에서 시작되고 발전되었습니다. 그들의 철학, 예술은 아카데미 식 토론이 아닌 일상적인 토론이 발전했기 때문에 그 토론 중심에는 항상 작은 원형 테이블이 있고 에스프레소가 있습니다.

1960년대를 기점으로 20만개가 넘던 카페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고 집에서도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에스프레소 가정용 기기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아직도 수 만개의 카페가 존재하며 젊은이들은 저녁시간에 텔레비젼을 켜는 것 보다 까페에 나와있기를 선호합니다. 젊은이들이 살 집을 고를 때 주변에 카페가 많은지 일요일날에도 문을 여는 지가 중요한 선택 사항이 된다고 하니 그들의 까페 사랑은 줄어 든 것이 아니라 예전 시대보다 조금 얌전해진 정도일 뿐으로 보입니다.

한모금 남짓한 까만 에스프레소와 수 많은 테이블들. 그들은 구시대적 존재가 아닌 지금 현재에도 생생한 토론의 장으로 존재하며 제 2의 샤르트르와 보봐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파리통신원 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