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을 아는 나라, 프랑스
프랑스는 '멋'을 중요시 여깁니다.
하지만 ‘멋’의 나라 프랑스를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는 부분이 바로 그 ‘멋’에 관한 것입니다. 실제로 기대했던 것과 달리 파리 거리에서 패셔너블함을 느낄 수 없다며 불평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만약 파리 거리에서 하이힐을 신은 여자를 보았다면 그녀는 분명 여행객일 것입니다.
파리가 ‘멋’의 도시인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곳에서의 ‘멋’은 장소와 시간에 맞춰 옷을 입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패션의 기본 에디튜드인 TPO(time, place, occasion)를 엄격히 따른다는 것입니다.
울퉁불퉁한 돌 바닥 길을 ‘하이힐’을 신고 걷는 것은 시간과 장소 착오적인 패션일 뿐 멋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프랑스 사람들은 거리나 학교에서는 플랫이나 캔버스 운동화를 신어 장소에 맞는 멋을 내고 대신 저녁 모임이나 파티, 또는 행사 때는 그에 맞는 화려한 드레스와 하이힐로 변화를 줍니다. 이러한 파리지엔들의 멋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는 바로 경마장입니다.
영화 속에서나 봤음 직한 아주 화려한 패션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매월 10월 초 롱샴경기장에서는 개선문상( Prix de l’arc de triomphe)이라는 경마경기가 열립니다.
타이틀은 경마경기고 실제로도 유럽에서 가장 인정받는 경마 경기 중 하나이지만 실제로는 화려한 사교모임의 장소라고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개선문상이 열리는 롱샴경기장은 루이 16세에 지어진 아주 역사가 깊은 경기장입니다.
프랑스는 루이 14세부터 귀족들을 중심으로 영국식 경마경기를 즐겼고 이 때부터 경마는 귀족들에게 하나의 사교문화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특히 첨단 패션과 유행을 이끌어낸 루이 14세는 패션을 문화화시켰고 그 장소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가 사랑했던 경마장이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경마장을 둘러싼 사교 모임의 원천은 영국 이였지만 오히려 프랑스로 건너옴에 따라 더 화려하게 발전되었습니다.
[ 좌 : 경마장의 여인들(마네) / 우 : 롱샴에서의 경주(마네)]
우리가 흔히 매체를 통해 영국의 로얄에스콧(Royal Ascot) 행사의 화려한 모자 패션을 접하게 되는 것처럼 프랑스의 경마장도 그와 비슷하지만 현대에 와서 각자의 특색은 상반되게 보여집니다. 지금의 영국 로얄 에스콧 행사는 특이하고 남들과 다른 모자나 드레스를 착용함으로써 하나의 페스티벌을 보는 느낌이라면 프랑스의 롱샴 개선문상 경기의 모습은 클래식한 모습을 더 추구함을 통해 고전의 멋을 유지하려는 모습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교 모임답게 실제 경마장에선 경마경기를 관람하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밖에 준비된 바나 살롱에서 샴페인을 마시며 즐기는 모습이 더 눈에 띕니다. 오후 내내 차나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패션을 즐기는 모습은 과거의 모습을 이어가려는 프랑스인들의 고유한 자존심이 엿보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교문화로 시작된 경마장의 모습, 그 이미지는 기본적으로 화려함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에는 귀족들은 위한 그 들의 잔치였기 때문에 ‘사치'라는 부정적 측면을 피할 수 없었지만 그 이유 때문에 엄청난 패션의 발전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이끌어낸 점은 인정해야 할 사실입니다. 지금도 그 사치스러운 모습이 아예 지워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과거에는 소수에 의한 소수를 위한 축제였다면 지금은 사치의 모습을 벗고 패션을 간직한 채 하나의 문화 축제가 되어 누구나 멋지게 차려 입고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함께 느끼고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발전되었다는 점이죠.
파리통신원 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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