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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음악가/볼레로/프랑스 현대음악] 대담하고 모험적인 현대음악의 거장, 라벨(Ravel)


프랑스의 현대음악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한 사람을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인물이 있습니다. 비록 상복도 없었고 콩쿠르에서는 늘 1등을 남에게 양보해야 했지만, 그의 천재성은 오늘날까지 많은 음악가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하고 있고 또 다른 음악 세계를 만들어 가는데 영감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볼레로라는 춤곡으로 더 유명한 현대음악의 거장. 루이까또즈가 함께 만나볼 인물은 바로 라벨입니다.

작은 거인, 라벨


라벨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전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많은 편견과 꼬리표를 단 채 인정받지 못하는 쓸쓸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천재적이었던 그의 재능은 쉽게 인정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자유롭고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그의 음악은 보수적인 음악학계로부터 외면받기 일수였는데요. 한 일례로 권위 있는 콩쿠르 로마대상 시상식에서 라벨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아 편파적으로 점수를 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오히려 라벨에게는 그의 독창적 음악성이 부각되고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비록 화려한 수상경력은 갖지 못했지만 다채롭고 독특한 음악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사랑을 받게 됩니다. 화려한 관현악곡을 선보여 예술성과 완성도의 면에서 뛰어난 매력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피아노의 대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화려한 음색의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연주곡을 선보이며 더욱 그 입지를 견고히 하는데요. 이후 그의 음악은 재즈라는 장르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이릅니다.

라벨은 분명 프랑스 음악가이지만 그의 음악 속에는 다양한 상상력과 이국적 정취가 담겨있는데요. 그러한 이국적 분위기의 바탕에는 에스파냐 출신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스파냐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란 그는 스페인계의 정취와 풍토가 담긴 음악 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유럽 여러 나라의 민속 음악에 관심을 기울여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나타냈습니다.

인상주의의 이단아


흔히 라벨을 이야기할 때 드뷔시와 함께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의 대표적인 거장으로 소개하곤 합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나 연주회가 있을 때 드뷔시와 라벨은 연주곡 리스트에 나란히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라벨과 드뷔시는 같은 인상주의라고 하기에 큰 차이점을 가집니다. 몽환적인 느낌을 주어 감정을 극대화하는 드뷔시의 곡에 비해 라벨의 음악은 무척 감정선에서 절제되어있고, 심지어 치밀하고 정교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인상주의 음악가 스트라빈스키는 그의 음악을 ‘정교하고 완벽한 스위스 시계 제조업자”와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다는데요. 그만큼 여느 인상주의 음악가들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복잡하면서도 새로운 노선을 구축하는 음악가였습니다.


인상주의의 특징인 선율의 유연성과 자유로움이 드뷔시와 라벨의 음악 속에도 드러나는데요. 음색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또 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불협화음을 훌륭한 멜로디로 완성해 듣는 이에게 감동은 물론 새로운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고전주의 형식을 정확히 지켜 음악의 형식과 질서로서 명확히 했던 라벨은 여느 인상주의자와는 다른 특별한 형태를 지니고 있던 이단아였습니다.

다양한 선율을 이용하여 유연성 있는 음악이라는 점에서 인상주의의 기법을 받아들인 것은 분명하지만, 고전주의에서만 만날 수 있는 깔끔하고 명확한 체계의 음악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확고히 했는데요. 라벨의 이러한 특장점은 인상주의 음악의 한계점을 완벽하게 보완해냈고 현대 음악에 있어서도 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150cm의 단신,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작곡가, 드러나지 않은 사생활, 언제나 2등이었지만 천재적인 감각으로 현대음악에 미친 커다란 영향력. 음악적 상상력의 절정에서 사고로 얻게 된 부분 기억상실증과 실어증. 그리고 작곡할 수 없게 된 비극적인 말년. 이 모든 것은 라벨의 인생을 거론할 때마다 나오는 핵심적인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그의 삶에서 다 풀어내지 못한 재능은 오늘날까지 음악 속에 고스란히 남아 후대의 음악가들에게 상상력을 바탕에 둔 예술의 경지를 맛보게 하고, 그 영감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윤활유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