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지금도 청순함을 지닌 누군가를 지칭할 때 ‘소피마르소 같다’라는 수식어를 종종 붙이곤 하는데요. 영화 ‘라붐’의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청순함의 대명사가 된 프랑스 여배우 소피마르소는 지금까지 명실상부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마치 와인이 세월을 만나 그 맛과 향이 더 깊어지듯이, 연기인생 32년째를 맞은 소피마르소의 매력 또한 깊어지고 그 성숙미를 더해가고 있는데요. 6월 루이까또즈 블로그 인물탐구에서 소피마르소를 만나보겠습니다.
작년 80년대 소녀들의 학창시절 이야기로 큰 인기를 끌었던 국내 영화 ‘써니’는 700만 명을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큰 흥행을 거두었는데요. 영화 중반에 주인공 ‘나미’의 짝사랑이 그녀에게 헤드폰을 씌워주는 장면은 ‘어디서 봤는데?’라고 생각하게 끔 만드는 유명한 패러디 장면이었습니다. 무수히 많은 맛집 들이 서로 원조를 외치듯이 이 장면에도 원조가 있는데요. 바로 ‘써니’의 배경과 비슷한 연도에 개봉한 소피마르소 주연의 영화 ‘라붐’이 그 원조격 영화입니다.
14살이던 소피마르소의 데뷔작 영화 ‘라붐’은 같은 나이 대 소년, 소녀들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로,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흥행과 동시에 그녀를 하이틴 스타자리에 올려놓았습니다. 당시 80년대 청소년들에게 실제로 엄청난 인기를 얻은 소피마르소는, 여세를 몰아 ‘라붐2’까지 출연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하이틴 스타라는 자리가 부담스러웠던 당시 14살의 소피마르소는 후에 ‘너무 고통스러웠던 시절이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여배우로서 늙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묻는 질문에 ‘젊었을 때 보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는 것은 황금이 상의 가치, 신문에서도 읽을 수 없는 나만의 지혜가 된다’고 말한 바 있는 그녀는, 반짝 빛나고 마는 과거의 하이틴 스타가 아닌 오래도록 사랑 받아 온 여배우로서의 올바른 정체성을 보여주었는데요. 영화 ‘라붐’ 이후로 슬럼프를 겪던 때에 자신의 아들의 아버지이자 여러 작품을 함께해 온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과 만나면서, 어린 소녀에서 당당한 프랑스 여배우로 성장하게 됩니다.
영화 ‘격정’을 통해 줄랍스키와 첫 호흡을 맞춘 소피마르소는 이후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쇼팽의 푸른노트’, ‘피델리티’에 이르기까지 다 수의 영화를 함께 만들어 나갔는데요. 줄랍스키의 페르소나(영화감독 자신의 분신이자 특정한 상징을 표현하는 배우)이자 뮤즈였던 그녀는 이 영화들을 통해, 예쁘기만 했던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과감한 노출과 격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여배우로서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맡게 됩니다.
거의 매해 프랑스 영화들에서 주연 배우활동을 해오던 소피마르소는 불연듯 1995년, 헐리우드 영화 ‘브레이브 하트’로 극장에서 관객들을 맞게 됩니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성격답게 프랑스 영화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하며 ‘좋은 영화, 매력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나라에 연연하지 않고 출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 후 ‘007시리즈’에서 멋진 본드걸로 나타난 소피마르소는 대중들의 가까이에서 소신껏 연기인생을 이어나갔습니다.
소피마르소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배우활동과 단편영화 제작을 병행하며, 2002년에 첫 장편 영화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메가폰을 잡게 되는데요. 이 영화는 같은 해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서 그녀에게 최우수감독상이라는 큰 영광을 안기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헐리우드 진출과 영화감독이라는 뜻밖의 데뷔는 많은 이들에게 다방면에 능한 그녀의 재능을 보여주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한국을 다섯 차례나 방문했던 소피마르소는 박찬욱 감독에게 영화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며, 흔쾌히 출연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한국영화에 출연해 그녀를 기다리는 많은 팬들에게 ‘소피마르소는 여전하다’라고 칭송 받을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생의 한번뿐인 하이틴스타로 데뷔
영화감독의 뮤즈로 성장하다
더 넓은 시야를 갖추다
피비케이츠, 브룩쉴즈와 같이 80년대 국내 청소년들에게 ‘책받침스타’로 여겨지던 소피마르소. 지금도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를 유지하고 있는 그녀가 또 어떤 내공을 가지고 팬들을 매료시킬지 기대해도 좋을 것 같은데요. 배우이자 감독이며, 두 아이의 어머니로 빛 바래지 않는 세월을 살아가는 그녀는 많은 대중들에게 오래도록 기억 될 추억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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