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의 중반을 넘어가는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노동절 등 많은 기념일과 공휴일이 자리잡고 있을 뿐 아니라, 좋은 날씨 또한 계속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데요.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프랑스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일년 중 가장 많은 공휴일을 가진 이 시기에 파리지앵들은 여름의 바캉스와는 다르게 주말을 낀 가벼운 여행을 떠나는데요. 파리지앵들이 2, 3일의 짧은 여유 시간 동안 잠시 매력적인 도시 파리를 떠나서 선택하는 가장 로맨틱한 여행 중 하나는 바로 고성에서의 하룻밤을 지내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 한 번쯤은 꿈꾸어 봤을 상상. 100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에서의 하룻밤은 프랑스에선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데요. 특히 파리에서 한 두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르와르 지방은 고성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으로 유명합니다. 고성의 특성상 숲이나 대 자연 속에 한적하게 들어서 있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곳에서의 체류는 역사와 판타지, 그리고 로맨틱한 분위기와 더불어 자연을 흠뻑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대도시의 생활에 지친 파리지앵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여행지가 됩니다.
프랑스에는 수 많은 성이 있습니다. 중세시대 방어를 목적으로 생겨난 성들은 이후 르네상스와 귀족시대의 부흥과 맞물려 왕가와 귀족들의 생활주거지로 사용되었는데요. 그러면서 고성은 점점 더 장식적이고 화려하며 아름답게 지어지고 꾸며졌으며, 이 것은 1978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귀족의 생활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채 이어졌습니다. 혁명 후 방치되었거나 가문의 후손에 의해 보존해오던 수 많은 성들은 1900년대를 넘어서면서 숙박시설로 개조하기 시작하였는데요. 주로 접근이 어려운 곳에 위치해 있고 관리도 어려운 점 때문에 골치거리로 전락할 뻔한 고성들은 자동차가 발명되고 관광문화가 생겨나면서부터, 새로운 숙박시설로 탈바꿈 함으로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대한 위압감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중세시대에 지어진 육중하고 가격도 비싼 고성호텔도 존재하지만, 시골 조그만 마을에 자리잡은 시골 군주의 소박한 성까지 다양한 고성호텔들이 존재하는데요. 이 것도 부담스럽다면 100년이 훌쩍 넘어 문화재로 지정된 오래된 서민의 집을 개조한 호텔도 존재합니다.
성에서의 체류는 여유롭고 담백하기만 한데요, 파리지앵들이 이 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휴식’을 위해서입니다. 많은 고성호텔들이 ‘l’isolement’라는 ‘고립’을 뜻하는 단어를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인데요. 성의 위치적 특성상 다른 곳과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이 곳에 머무는 사람들은 ‘특별히’ 할 일 없이, 성 내부에 있는 오래된 가구들과 역사에 관한 자료들을 훑어보고 성 주변에 나가 산책을 하거나, 때로는 성 주변의 마을을 승마나 자전거로 둘러보기도 합니다. 아침은 느지막이 일어나 성의 주인이 마련해주는 토스트 같은 소소한 음식을 같이 머무는 숙박 객들과 함께 나누는 정도의 시간을 보내는데요. 이와 같은 스케줄로 하루, 이틀 짧은 기간을 머물러도 충분한 휴식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단순하지만 절대 지루하지 않은 이 것이 바로 고성 만의 가지고 있는 매력입니다.
비록 드레스는 입고 있지 않지만 마음만은 과거의 왕족이나 귀족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고성에서의 하룻밤. 이렇듯 프랑스 고성은 단순히 화려한 곳에서의 휴가를 넘어서 상상으로만 재현해냈던 17, 18세기의 귀족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문화적인 곳이기도 한데요. 빡빡한 도시의 일상이 지겹거나, 또는 눈요기하기 바쁜 여행에 지친 파리지앵들이 고립된 성에서의 하룻밤을 선호하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담겨져 있습니다.
프랑스 지방의 고성들
고성들은 대부분 tours란 지역을 중심으로 퍼져있는데요, 이 곳은 파리에서 고속기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기 때문에 파리지앵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에 이 곳의 고성들은 결혼을 앞둔 파리지앵들이 가장 꿈꾸는 피로연장의 장소로도 꼽히는데요. 5, 6월은 결혼식이 가장 많은 달이기도 하지만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지금, 고성이 위치해 있는 서늘한 공간의 특성과 맞물려 가장 머물기 좋은 시점이기도 합니다.
친숙함을 품은 고성호텔
파리통신원-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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