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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에 빛나는 프랑스 감독, 자크 오디아르


올해도 어김없이 프랑스 남부 도시 칸(Cannes)에서는 세계 영화인들의 성대한 축제, 제 68회 칸 국제 영화제가 개최되었습니다. 5월 13일부터 시작된 칸 영화제는 12일 동안의 여정을 마치고 지난 24일 막을 내렸는데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졌던 올해 칸 영화제의 황금 종려상은, 프랑스 출신의 감독 ‘자크 오디아르(Jacques Audiard)’의 작품 <디판(Dheepan)>에 돌아갔습니다. 역대 칸 영화제와 깊은 인연을 갖고 있기도 한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올해의 수상으로 다시금 주목 받게 되었는데요. 프랑스 대표 감독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거장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그의 이야기, 지금 만나보겠습니다.


■ 스크립트 라이터로 시작해 내공을 쌓아간 영화 감독의 길
 

 


<그들이 어떻게 추락하는지 보라 (See How They Fall, 1994)>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영화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작가로서 각색 일을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그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뛰어난 연출가적인 면모와 달리, 사실 그는 선생님이 되기를 원했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각본가이자 영화 감독으로 유명했던 그의 아버지, 미셸 오디아르로부터 받은 끼와 재능을 버릴 수는 없었던 그는 극단에서 각색 일을 하며 점차 영화라는 장르에 빠져들어갔습니다. 감각적인 누아르 영화의 작가였던 아버지처럼, 그 역시 스릴러물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는데요. 세계적인 거장, 로만 폴란스키 감독 밑에서 편집 일을 하며 다양한 현장경험을 통해 감독으로서 내공을 쌓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흔이 넘은 나이에 데뷔작 <그들이 어떻게 추락하는지 보라(1994)>’로 프랑스 최고 영화상인 세자르영화제 신인 작품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하게 됩니다.



<위선적 영웅 (Un Heros Tres Discret, 1996)>

 


<예언자 (A Prophet, 2009)>


그의 두 번째 작품이었던 <위선적 영웅(1996)> 역시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서서히 자신의 이름을 국제 무대에 알리기 시작하는데요.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을 내밀하게 들여다 볼 줄 아는 통찰력과 스릴러 범죄 장르에 감성을 입히는 자신만의 영화세계를 구축해가며, 다양한 작품으로 유럽권에서 명성을 쌓아나갑니다. 그리고 2009년, 그는 마침내 칸 영화제에서 그의 다섯 번째 작품 <예언자>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거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는데요. 순진했던 한 남자가 교도소에서 생존법칙을 배우며 암흑계의 거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예언자>는, 2010년 영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 디테일한 표현과 무게감 있는 스토리로 자신만의 영화세계를 만들어간 감독
 

 


<러스트 앤 본 (Rust & Bone, 2012)>



<디판 (Dheepan, 2015)>


<예언자>와 함께 국내 영화 팬들에게도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아마 최근작 중 하나인 <러스트 앤 본(2013)>이 아닐까 싶은데요.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프랑스 여배우 마리옹 꼬띠아르가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범죄물에 집중하던 자크 오디아르가 새롭게 멜로 영화를 시도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 역시 2013년 칸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수작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5년,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스리랑카 출신의 프랑스 이민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디판(Dheepan)>으로 칸 영화제 최고상의 주인공이 되었는데요. 전작보다 폭력성은 줄이고, 드라마의 서정성을 부각시키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유지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작품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칸 영화제 시상식에 앞서 한 인터뷰에서 오디아르는 “<디판>은 지옥으로부터 도망치려 하는, 나고 자란 곳에서 멀리 떨어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영화"라고 설명했습니다. 스리랑카의 타밀 반군 전사였던 주인공 ‘디판’은, 가족과 동료들을 모두 잃고 프랑스로 망명한 뒤, 낯 모르는 여인과 소녀와 함께 가짜 가족을 꾸려 프랑스에서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전쟁을 피해 온 새로운 터전에서조차 전쟁과 다름 없는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데요. 이러한 디판의 모습을 디테일한 묘사로 그려나갔을 뿐만 아니라, 실제 프랑스로 망명한 주연배우를 캐스팅하고, 스리랑카와 인도 남부에서 사용하는 타밀어를 사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습니다. 예순을 넘긴 나이임에도 끊임없이 열정을 잃지 않고 진정성을 더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장, 자크 오디아르. 그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자크 오디아르는 이민자나 유사 가족을 영화 속에서 자주 다루는 이유에 대해, 자신이 늘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하는데요. 그가 이러한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마 그가 던진 질문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거리 카페에 앉아 있을 때 다가와 장미를 파는 사람들이 어디서 와서 어떻게 사는 걸까요? 영화를 보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