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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 추천/그리스 로마 신화/소설 스코르타의 태양] 운명적인 신화 속으로의 초대, 프랑스 작가 로랑고데

‘운명’이라는 말을 믿지는 않지만, 일 순간 그 단어가 가진 힘을 직감하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마치 머피의 법칙처럼 우연한 악연이 겹치거나 반대로 뜻밖의 행운이 찾아올 때, 우리는 어쩐지 ‘운명’이란 단어에 좀 더 힘을 싣게 되곤 하는데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우리의 삶이지만, 문학작품속에서 만큼은, 우리는 한 주인공의 운명을 함께하는 진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적 이야기를 글로 써내는 프랑스 작가, 로랑고데가 들려주는 신비로운 이야기 속으로 떠나볼까요.


■ 고전신화 속에서 모티프를 꺼낸 이야기
 

 

로랑고데의 소설을 읽다보면 마치 구전으로 내려오는 신화 속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먼 옛날, 고전 신화 속에서 모티프를 꺼내어, 그것들 다시 현대의 소설로 탄생시키는 독특한 스타일을 가진 프랑스 작가입니다. 1972년, 로랑고데는 프랑스 파리의 14구에서 태어나, 파리 3대학에서 문학과 연극학을 전공했습니다. 1999년에 발표한 희곡 <사로잡힌 이들의 전투>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걸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이 희곡은 독일, 영국 등의 나라로 건너가, 무대 위에서 공연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세 편의 희곡을 더 발표한 로랑고데는 마침내 2001년, 그의 첫 장편 소설인 <비명>을 출간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2년, 소설 <송고르 왕의 죽음>을 펴내면서, 그 해 공쿠르 상과 서점이 뽑은 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게 되는데요. 이 수상들로, 로랑고데는 소설가라는 이름표를 단 이래 더욱 본격적으로 그의 이름을 빛내게 됩니다. 그로부터 2년 후, 그는 세번째 소설 <스코르타의 태양>을 발표합니다. 이 소설은 단지 서른 여섯 살일 뿐인 젊은 작가에게 다시 한번 공쿠르 상의 영예를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번역, 출간되어 많은 문학팬들을 사로잡았습니다.


■ 또 하나의 신화적 세계를 구축하는 작가
 


로랑고데의 소설 <Cris>를 원작으로 한 연극


로랑고데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찾아낸 모티프를 활용하여, 로랑고데 자신이 만들어 낸 등장인물과 허구의 세계를 소설 속에 구축하는 유니크한 방식으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입니다. 이런 정통 서사만을 고집하는 로랑고데의 작품은, 한 인물의 생애를 다루는 자전적 소설이나, 가족 중심의 소설이 주를 이루는 현대 프랑스 문학에서 특별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죽음, 전쟁, 가난 등의 묵직한 주제를 신화적으로 담아내는 전통적인 고집으로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만들어나가며, 현재 프랑스 문단이 주목하는 재능 있는 작가 중에 한 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 상의 제 101회 수상작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던 <스코르타의 태양>은, 다섯 세대에 걸친 스코르타 집안의 연대기 입니다. 기묘한 복수극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저주받은 집안, 살인, 실연, 이별 등 나약한 인간을 지배하는 어떤 운명극을 담고 있는데요. 하늘의 저주를 받았다는 그리스 신화나, 악한 운명을 타고난 주인공 같은 신화 속 요소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소설 <세상의 마지막 밤>에서 계속됩니다. 죽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죽음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아버지를 다룬 이 작품 역시 운명의 역행과 비극을 다루고 있지만, 멈출 수 없는 강렬한 서사로 세계의 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사람의 뇌는 새로운 자극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소복이 내리는 눈처럼 정적이고 고요한 이 계절, 새로운 발상과 신선한 이야기로 멈춰있던 생각들을 조금 환기시켜보는 것은 어떨까요? 생생한 비주얼의 영화도 감미롭게 빠져는 음악도 좋지만, 어쩐지 ‘책’은 이 계절과 더욱 어울리는 취미처럼 느껴집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대담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조금 더 무게감이 실린 작품에 빠져들고 싶을 때, 로랑고데의 신화 같은 이야기는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