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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크리스티/프랑스 전시회/아랍문화원] 서양과 동양을 싣고 달리는 기차 - 전시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파리 시내 한복판에 기차가 놓여져 있습니다. 마치 영화 속에서 막 튀어 나온 듯, 오래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고풍스럽고 멋진 자태에, 길을 가던 사람들도 가던 멈추고 기웃거려 봅니다. 금방이라도 경적소리를 내며 곧 출발을 할 것 같은 이 기차는, 사람들로 하여금 언젠가 상상과 꿈 속에서 보았던 것만 같은 기억을 자극하는데요. 실제로 1922년부터 1970년까지 운행되었던 이 기차의 이름은 바로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입니다.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듯한 이 익숙한 기차에 관한 전시가 바로 파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추억을 싣고 달리는 기차,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파리에서 이스탄불까지, 넓게는 런던에서 카이로까지. 무려 13개국을 거쳐 동서양을 오가는 국제적인 기차. 이 기차의 호화로움과 명성은 20세기라는 시대뿐만 아니라, 영화나 소설 작품 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회자되어 왔습니다. 지금도 그 추억과 명성을 이어, 짧은 구간을 운행하는 여행상품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고 느끼기 위한 여행자들의 꿈을 실현해주고 있기도 한데요. 그 오랜 기억과 사랑을 회고하고 기억하는 전시 <Il était une fois l'Orient Express(옛날 옛적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기차)>가 파리의 아랍문화원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 전시의 포인트는 단순히 자료를 보고 관람하는 것이 아닌, 실제 운행했던 기차를 투어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살롱칸을 통과하여 침실칸을 엿보고, 식당칸의 호화로움을 지나치다보면 어느덧 내가 이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기차는 지금도 선로 위를 달리고 있는 듯, 모든 소품들은 마치 실제처럼 진열되어 있습니다. 기차의 살롱칸 한 켠에 놓여져있는 노트와 펜은 유명 작가인 아가사 크리스티가 사용했던 자필노트와 펜으로, 방금 전까지 그녀가 이 안에서 소설을 쓰며 살아 존재하고 있었던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영화와 소설을 통해 재탄생한 ‘꿈’의 아이콘



실제로 기차가 운행되고 있을 당시 기차칸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은 지금은 그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인물들이 되었지만, 대신에 지금 이 기차의 공간들은 전시를 보기 위해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실제 운행되었던 기차의 모습을 둘러본 뒤에 아랍문화원 건물로 들어가 전시관 안에서 진행되는 전시를 감상하다 보면, 이 기차가 단순히 하나의 이동수단이 아닌 한 세기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꿈’의 아이콘 중에 하나로 여겨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Murder on the Orient Express,1974 )>과 007영화의 뼈대가 되었다는 시리즈 <007 From Russia with Love> 등 수 많은 영화와 소설의 배경이 되기도 했는데요. 그 이유 때문인지 더욱 신비스럽고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차는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무시무시한 분위기보다, 사실 매우 고급스럽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실제로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는 이 기차에 대해 낭만적인 감상을 품고 있었고, 이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동안 젊은 고고학자를 만나 사랑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단지 소설과 영화 속이 아닌, 현실에서도 많은 유명인사들의 환상을 채워주었던 기차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서양과 동양을 가로지르며 서로 다른 두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그 곳은 단지 ‘머무는’ 공간 이라는 일차원적인 의미를 떠나, ‘이동하는’ 공간으로서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끊임없이 계속될 이야기를 위해, 이 신비로운 꿈의 기차는 현재도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습니다. 


-파리통신원 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