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이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늘 빛이 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길 위에 의미 있는 작품들을 새겨가며, 자신만의 반짝이는 길을 만들어가는 배우가 있는데요. 바로 뮤지컬 배우 남경주입니다. 매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소화하기 위해 끊임없는 자신을 갈고 닦는 배우, 남경주의 뮤지컬처럼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루이까또즈 남성편집샵 <루이스클럽>에서 들어보았습니다.
배우로서 필요한 천부적인 재능을 증명이라도 하듯 남경주와 뮤지컬의 만남은 아주 가까운 곳, 가족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형을 통해 뮤지컬을 접한 후, 단순한 관심에서 나아가 훌륭한 뮤지컬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안의 넘치는 재능과 열정 덕분이었는데요. 어릴 적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던 소년 남경주에게 ‘무대’라는 곳은 언제나 가슴 뛰게 하는 꿈의 시작점이었습니다.
남경주는 학창시절 꿈꿨던 미술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요. 끊임없이 멈추지 않고 무엇인가를 배워나가는 과정, 그러한 과정이 삶을 조금 더 즐겁게 만들고 젊게 살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넓어지는 세상은 또한 삶을 재미있게 만든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스스로를 ‘악기’라고 칭하며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고 말했던 그의 말이 더욱 납득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interview>
Q. 형이자 선배이기도 한 배우 ‘남경읍’씨의 영향으로 뮤지컬 배우가 되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단순히 형이 갔던 길이기 때문에 따라가자는 마음은 아니셨을 텐데, 연극과 뮤지컬이라는 분야에 뛰어들어야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순간은 언제인가요?
- 저에게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준 사람은 저의 형이었습니다. 때마침 저의 적성에도 잘 맞았기 때문에 뮤지컬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워낙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서 교회 성가대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던 경험이 있는데, 그 강렬했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그 인상적인 한 순간이 뮤지컬의 길을 걷게 한 것 같아요.
Q. 어린 시절에는 미술학도를 꿈꾸기도 하셨다고 들었어요. 뮤지컬 배우로서 꾸준히 한 길을 걸어온 남경주씨이지만, 도중에 포기하고 싶다거나, 미술을 배우는 등 다른 길을 가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 고등학교 시절에는 조소를 했었어요.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을 만드신 김영호 선생님이 저의 스승님이신데요. 지금도 연락을 하고, 또 저의 공연을 모두 보러 오세요. 얼마 전에는 이탈리아 조각가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전시회도 하셨더라구요. 당시 저는 그 분이 아끼는 애제자였는데 변심해서 뮤지컬 배우가 된 케이스죠. 이후에 뮤지컬 활동을 열심히 한 뒤 선생님을 만나 뵙고, ‘기대를 져버리고 다른 직종을 택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 ‘무슨 소리냐? 굉장히 잘하고 있다. 그리고 자랑스럽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리고 제가 뮤지컬 배우로서 재능이 있다는 것을 고등학교 때도 알고 계셨다고 하시더라구요.
Q. 미술계쪽으로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시지 않으셨나요?
- ‘미술을 새로 시작하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아닌데, 개인 작업실을 하나 마련해서 조소 작업이나 회화작업 같은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요. 그리고 앞으로 실행에 옮길 계획에 있고요.
Q. 혹시 현재, 뮤지컬 외에 특별히 흥미를 가지고 시작해보고 싶은 다른 분야가 있으신가요?
- 지금 태권도를 하고 있어요. 클라이밍 같은 다른 스포츠들에도 관심이 많고요. 악기에도 관심이 많고, 그 밖에도 이것 저것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요. 어쨌든 그렇게 계속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이 사람을 더디게 늙게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삶을 재미있게 살고 싶은데, 재미있게 살려면 많이 배우고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서 세상이 넓어지는 만큼 삶도 재미있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무대 위를 한 마리의 자유로운 새처럼 활주하는 배우 남경주에게도, 무대 위에서 걸음마를 내딛던 처음의 순간이 있었는데요. 첫 무대에 서던 날, 관객들을 환호와 박수를 받았던 순간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고 합니다. 그 인상 깊었던 과거의 한 순간은 지금도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그를 볼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기도 했는데요.
무언가 한 가지에 빠지면 좀처럼 집중력을 놓지 못한다는 남경주는, 다양한 기술과 분야를 섭렵해야 하는 뮤지컬 분야에서 욕심 많은 노력파로 통합니다. 그러면서 뮤지컬에서는 ‘진심’을 담아 배역을 연기하고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자신만의 연기를 위해서 몸을 사리지 말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언제나 공부하는 자세로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interview>
Q. 남경주씨의 첫 무대가 궁금합니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고, 여유로운 모습의 남경주씨이지만, 첫 무대인 만큼 긴장도 하셨을 것 같은데요. 남경주씨의 첫 무대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 첫 무대는 교회에서의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무대를 지켜본 교인들이 환호하며 응원의 박수를 많이 보내주셨는데요. 그때의 기억이 정말 짜릿했습니다. 프로 무대에 처음으로 데뷔했던 때는 대학 1학년이었는데요. 서울 예대 동문들이 만든 극단의 정기 공연에, 작은 역할로 출연하면서 함께 기분 좋은 공연을 펼쳤습니다.
Q. 고전 뮤지컬 작품들 같은 경우는 탭부터 시작해서 발레, 노래, 연기 등의 모든 것을 완벽히 소화해야 공연이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남경주씨가 특히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던 분야는 어떤 것인가요?
- 저는 욕심이 많은 편이예요. 그리고 한가지 빠져들면 푹 빠져들기 때문에, 한 때 탭 댄스에 빠졌을 때는 1년 정도 열심히 탭댄스를 연습했어요. 조금 더 예전에 브레이크 댄스, 로보트 춤 같은 것들이 유행하던 때에는 또 거기에 빠져 살기도 했구요. 잘하지는 못하지만 악기도 여러 종류를 배우기도 했습니다. 다방면으로 다양하게 배우고 알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Q. 오랜 시간 뮤지컬 배우로서 커리어를 쌓아오시면서 만났던 작품들과 배역들도 많으실 텐데요. 그 중에 나와 닮았다고 생각되는 캐릭터, 혹은 특별히 애착이 가는 캐릭터나 작품이 있으신가요?
- 지금 하고 있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줄리안 마쉬’ 같은 경우는 저와 같은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캐릭터잖아요. 제가 늘 제작자나 연출가로 살진 않지만 그 사람의 애환 같은 것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더라구요. <키스 미 케이트>의 ‘프레드 그레함’ 역할도 역시 배우 겸 연출자였는데, 그 역할도 저와 이모저모로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 <아가씨와 건달들> 때에는 ‘네이슨’이라는 역할을 맡았었는데, 그 역할도 마치 내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창작극의 ‘도현’ 역할은 작품 자체가 저와 형을 모델로 두고 쓴 작품이기 때문에, 인물의 성격이 저의 성격과 거의 흡사했었죠.
Q. 지금 공연하고 계시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예전에도 한번 함께 했던 작품인데요. 다시 만나는 작품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어떤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시나요?
- 한번 연기했던 작품을 또다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보다 더 나아지고 성숙해져야 했어요. 예전과 똑같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전보다 더 나아진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요. 오히려 더 잘하려고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반대로 더 겸손한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했고요. 어떻게 표현할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했어요. 관객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까지도 작품에 녹여서 보여드리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아무래도 첫 번째 <브로드웨이 42번가> 보다는 좀 더 밀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Q. 에너지 넘치는 배우 남경주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탐나는 작품이나 배역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일까요?
-지금 공연하고 있는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끝나면, 올 겨울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라카지>라는 뮤지컬에 출연할 계획에 있습니다.
Q. SBS프로그램 스타킹에서 ‘뮤지컬 킹’이라는 코너에서 함께 하고 계신데요. 뮤지컬 분야에 재능을 보이는 사람들이나 후배들을 보시면 남경주씨의 과거 모습이 연상되실 것 같아요. 어떠신가요?
- ‘뮤지컬 킹’ 출연자들 모두 매우 아름답고 기특하다고 생각했어요. 지상파 프로그램의 수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곳에서 매번 경쟁을 치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아름다운 광경 아닌가요? 항상 노력 하는 모습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경쟁에서 떨어지고 붙고를 떠나서, 지금 도전하고 있는 과정자체가 출연자분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뛰어난 실력으로 무대를 즐기는 출연자들을 볼 때면, ‘나도 저 나이 때 저 사람들처럼 출중한 실력으로 이런 상황의 무대를 즐길 수 있었을까? 나는 못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뮤지컬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구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Q. 학생들을 가르치실 때 염두에 두는 것이나, 뮤지컬에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 우선 기술적으로 월등해야 해요. 무수한 땀과 눈물을 흘리고, 어쩔 때는 심지어 피까지 토하기도 하는데요. 그 정도로 노력한다면 그것에 비례해서 실력이 갖춰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노래, 연기, 춤 세가지를 다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어요. 세 분야를 모두 잘하기란 힘드니까요. 자신만의 뛰어난 특기도 있을 거구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늘 자신이 맡은 인물과 주어진 상황에 가장 적당한 연기를 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헌신적인 희생을 아끼지 않는다면, 뮤지컬 무대 위에서, 그리고 자신의 삶의 무대에서 무한히 자유로운 순간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평상시 내추럴한 스타일을 선호한다는 남경주는 화려하고 눈에 띄는 스타일 보다는 평범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에 다양한 아이템을 활용하는 편이었는데요. 특히 좋아하는 아이템은 오래도록 꾸준히 착용하는 것을 즐긴다고 전했습니다. 인터뷰 당일에도, 여름과 어울리는 내추럴하면서도 클래식한 스타일의 수트를 착용했는데요. 그가 보여준 스타일은 오랜 관록이 쌓인 배우의 안정적이면서도, 내공이 느껴지는 절제된 카리스마를 잘 표현해주었습니다.
쉬지 않고 맡은 작품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 뮤지컬 배우인만큼, 남경주의 가방 속에는 영어 발음기호와 정보가 담겨있는 영어 레슨 책자와 하고 싶은 말이나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필요한 녹음기, 그리고 각종 필기구가 들어있었는데요. 마치 배우가 아닌 공부하는 학생의 소지품들처럼, 완벽한 무대를 위해 평소에 끊임없이 공부 하는 배우의 세심함과 치밀함이 엿보이는 아이템들이었습니다.
더욱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루이까또즈의 문화인 인터뷰 영상 속에서, 배우 남경주의 인터뷰에 대한 소감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이 날 뮤지컬 배우 남경주와 루이까또즈의 만남은 가로수 길에 위치한 루이스 클럽에서 팬들과 함께 해 더욱 특별한 시간이었었습니다. 문화인으로 초대된 남경주는 루이스 클럽에서 매우 활기찬 에너지를 얻고 간다고 전했습니다. 유러피안 감성으로 가득 채워진 공간에서, 배우 남경주의 젠틀한 분위기와 내츄럴한 스타일링은 더없이 잘 어우러졌습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는 것이 즐겁게 인생을 사는 열쇠라는 남경주씨의 말처럼, 앞으로도 그의 지루할 틈 없이 계속될 다음 행보가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