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지성입니다. 데카르트와 장 자크 루소 같은 사상가와 알베르 카뮈, 앙드레 지드 등의 대문호를 배출한 프랑스는 특유의 자유로운 사고를 지향하는데요. 프랑스의 카페 문화가 발달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프랑스인들의 토론 문화 때문이란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토론을 즐기고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프랑스의 지성. 그 출발점에 있는 명문 대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전통적인 엘리트 코스, 그랑제콜 |
프랑스의 대학교육은 일반대학과 그랑제콜로 나눕니다. 그랑제콜은 프랑스에만 존재하는 특유의 전통적인 엘리트 고등교육기간인데요. 학제로 대학에 속하지만, 졸업 후 석사학위가 주어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소수의 엘리트에게만 허용되는 특권이니만큼 그 입학과정 역시 일반대학에 비해 까다롭고 엄격한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요. 바깔로레아(프랑스 대학입학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고등학생 중 그랑제콜 준비반이라는 별도의 과정을 2년간 거치며, 여러 번의 시험을 통과하면 최종 그랑제콜 학생으로 선발됩니다. 특히, 그랑제콜 준비반에서 한 번 시험에 불합격한 사람은 재시험에 응시할 수 없기 때문에 그랑제콜의 입학기회는 평생 단 한 번 주어집니다. 때문에 그랑제콜은 프랑스 사회 각 분야 엘리트의 산실로서 대학 위의 대학이라고 불리고 있으며, 명실공히 프랑스 지성의 산실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랑제콜은 프랑스 혁명 이후 18세기 후반, 프랑스 국가의 주도로 세워지기 시작했는데요. 그 시작은 나폴레옹의 중앙집권 체제 강화를 위한 체계적 국가 엘리드 양성에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 당시에는 주로 군사, 공학 분야의 국가 고위관료를 양성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는데요. 19세기 이후 분야별로 더 세분화된 그랑제콜이 생겨나기 시작, 정치. 행정. 경영 분야의 그랑제콜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대학을 대표하는 세 개의 축 |
- 고등사범학교 Ecole Normale Supérieure)
프랑스혁명기간 중인 1794년 미래의 교사양성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로 설립 초기부터 인문학과 자연계의 순수학문을 통해 지성의 리더를 길러내는 프랑스 최고 학문 연구의 산실이었습니다. 해마다 인문학계열 100명, 자연학 계열 100명의 소수정예만 선발하며, 0.8~1.5%의 합격률로 해마다 높은 경쟁률을 보입니다. 특히나 ENS는 영미권의 유수의 명문 사립대학과 비해 졸업생의 노벨상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유명한데요. 한 해 200명 정도의 소수정예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2세기에 걸쳐, 로맹 롤랑, 폴 사바티에, 크로드 시몽 등 14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10명의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해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 파리이공대학 (École Polytechnique)
파리 이공대학은 프랑스 이공계 대학순위 1위이자, 세계 10대 공과대학으로 평가받는 연구 중심의 대학입니다. 프랑스가 원자력, 항공우주산업, 테제베 등 현대의 최첨단 기술을 보유하게 된 데에는 이 학교 출신 인재들의 역할이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역사적으로는 나폴레옹이 전략에 우수한 공병간부 양성을 위해 설립한 학교로 제국주의 시대를 거쳐 고급 기술자를 키우는 명문대학으로 성장했습니다. 프랑스 국방성 감독하에 운영, 현재까지도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학부 과정에서 공학 교육 이전에 일정 기간 군사교육기간을 거칩니다.
- 국립행정학교 (École nationale d'administration)
2차 대전 이후, 1945년 행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급공무원 양성 목적으로 샤를 드골에 의해 세워졌습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및 지스카르 데스탱,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등 7명의 총리를 배출하기도 했으며, 한국계 출신 프랑스 통상관광 국무장관인 플뢰르 펠르랭 역시 국립행정학교 출신입니다.
공학계열의 에콜 폴리테크니크(École polytechnique: X), 행정계열의 국립행정학교(École nationale d'administration: ENA)와 함께 인문학과 자연학 계열의 고등사범학교(Ecole Normal Supérieur: ENS)는 프랑스 특유의 엘리트주의와 폐쇄성으로 재계, 정계, 학계 세 분야의 고위직을 독식하고 있는데요. 프랑스 언론에 의해 '그랑제콜 위의 그랑제콜'로 불리며 신분제, 귀족주의를 조장한다 하여 종종 풍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프랑스라는 지성의 축을 든든히 뒷받침하는 중요한 기둥이 된다는 점에서는 누구에게나 공인된 사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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