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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명작소설/프랑스 소설 베스트셀러] 아멜리 노통브의 데뷔작, <살인자의 건강법>


프랑스 문단을 발칵 뒤집으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후 지금까지도 꾸준한 인기와 사랑을 받고 있는 천재 베스트셀러 작가 아멜리 노통브. 그녀는 “노통 신드롬”을 일으키며 프랑스 내에서 최고의 관심을 받는 소설가입니다. 그녀에게 이러한 인기와 명성을 안겨준 작품인 데뷔작 <살인자의 건강법>은 원숙미와 소재의 파격성으로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최고의 작품입니다.

대문호와 여기자의 긴장감 넘치는 인터뷰



<살인자의 건강법>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대문호 프레텍스타 타슈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소설입니다. 죄수들에게만 발병하는 희귀질환인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을 앓고 있는 작가는 의사로부터 두 달 뒤 죽음을 맞이할 거라는 시한부 선고받게 됩니다. 그 소문을 듣고 찾아온 수많은 기자들이 그와의 마지막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아오지만, 그는 오직 5명의 기자들과 인터뷰을 허락할 뿐 그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5명 중 4명의 기자도 그저 작가의 죽음과 비만의 이유인 식습관 등 허튼 질문으로 시간을 태우다가 작가의 광기어린 언변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는데요. 마지막 남은 단 한 명의 여기자 니나라는 진정한 적수를 맞나 스릴 넘치는 인터뷰를 진행하게 됩니다.


인터뷰에 앞서 작가에 대한 사전 작업을 꼼꼼하게 마친 여기자 니나는 자신감 넘치는 촌철살인의 질문으로 팽팽한 기 싸움을 벌입니다. 작가의 소설 5권을 꼼꼼하게 읽으며 느낀 의문점을 집요하게 캐내는 기자 니나, 그리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작가와의 인터뷰는 독자로 하여금 긴박함을 느끼게 하며 빠른 호흡을 이어갑니다.

여기자 니나가 대문호와의 인터뷰를 통해 집요하게 밝혀가는 의문점의 핵심은 바로 대문호의 미완성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에 있습니다. 작가의 작품을 깊이 읽은 기자로서 미완성으로 마무리된, 애매 모호한 느낌을 주는 소설의 마무리가 의문으로 작용했고, 작가가 은폐하려고 하는 진실이 있음을 캐치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칼날 같은 인터뷰를 통해 니나는 미완성 소설인 <살인자의 건강법>이 작가가 60여 년 전 자행한 실제 살인 경험을 토대로 했다는 자백을 밝혀내기에 이릅니다. 기자는 단순히 살인 경험을 가졌다는 진실을 파헤치는 것만을 목적으로 두지 않고 살인의 이유와 목적을 통해서 허구에 가려진 작가의 진실한 모습을 꿰뚫어 냅니다.

문학을 통해서 진실을 찾아가다



이 소설의 호흡이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는 스토리의 흡입력뿐만이 아니라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대화체로 구성됐기 때문입니다. 날카롭고 거친 작가의 언변과 집요하고 끈질기며, 꿰뚫어 보는 듯한 통찰력을 지닌 여기자와의 이야기 흐름은 긴박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름이 전개된 것은 아멜리 노통브 스스로가 문장의 호흡이 끊어지지 않도록 글을 빨리 써 내려갔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그녀가 이 소설을 집필할 때 걸린 시간은 불과 120시간, 단 5일 만에 작성했다고 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장편의 소설을 작성하면서 단 한 번도 퇴고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필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비취기도 했기에 이 소설은 그녀의 천재성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소설의 작품성은 스토리 속에 설치해 둔 상징적인 구성으로 더욱 빛을 발합니다. 프레텍스타가 앓고 있는 희귀병은 감옥에서 옥살이를 오래한 죄수들에게 발병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자신의 병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질병 자체의 희귀함 때문이라는 설명이 뒷받침돼 있으나, 살인 경험을 가진 작가에 대한 일종의 복선을 설치해둔 셈입니다. 또 한가지, 소설의 중심을 관통하는 장치로는 프레텍스타 타슈라는 소설 속 중심인물 이름을 꼽을 수 있습니다. 프레텍스타 타슈라는 이름은 프레 텍스트(Pre-Text)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요. 프레 텍스트는 텍스트로 쓰이기 이전의 것을 의미하는 말로 작가가 문학을 통해서 나타내고자 하는 진실을 의미합니다. 즉, 대문호만이 알고 있는 진실에 대해서 기자인 니나가 탐구해 나가는 전개를 통해서 아멜리 노통브는 문학적 진실에 접근해가는 구조를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살인자의 건강법>이라는 소설을 통해 작가는 60년 전 이뤄진 살인 사건에 대한 미스터리와 진실을 찾아 나가는 기자의 추리, 그리고 문학을 통해 얻게 되는 진실성을 작품을 통해 탐구하게 합니다. 심리에 대한 세심하고 촘촘한 묘사와 재치있는 대사는 소설의 전개와 구성을 한층 매끄럽게 하고, 이로써 젊은 독자들을 비롯한 프랑스 문단, 그리고 전 세계인에게 노통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아멜리 노통브만의 방법으로 진실성을 획득하는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 그녀는 소설을 통해 문학이라는 허구 속에 감춰진 진실을 밝혀 나가는 과정을 선보이며 진실을 구체적이고 면밀하게 통찰하게끔 합니다. 아마도 작가는 작품을 통하여 허구와 진실 사이에서 독자로 하여금 근본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