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동화를 읽으며 주인공이 되는 듯한 상상에 젖어보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봄 직한 추억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스토리와 교훈으로 전 세계인의 동심 속에 자리 잡은 명작 동화들은 이제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만날 수 있게 됐는데요. 어린이들의 동심의 산물이자, 다양한 컨텐츠로 세계인에게 끝없는 사랑을 받는 작품들의 출발점은 동심에 진심으로 관심을 나타내 보인 프랑스 동화 작가 샤를 페로로부터 시작됩니다.
동화, 관습과 통념을 깨다 |
어린이들은 소중하고 귀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하나의 독립된 인격이라기보다는 아직 미성숙하며 어른이 되기 위한 훈련 과정 중에 있는 존재로서 여겨지곤 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어른의 입장에서 어린이만의 생각과 시선, 또 그들의 동심을 이해하기에 역부족이었을 것입니다. 어찌 보면 동화는 그러한 어른들의 관습적인 생각과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하나의 매개체이자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는데요.
샤를 페로가 동화를 쓰기 시작한 것 역시 이러한 이유 때문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가 처음 동화를 쓰기 시작한 것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다양한 구전 민담들을 엮은 것에서 시작됩니다. 유럽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다양한 옛이야기들을 새롭게 구성하고 엮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 읽고 있는 다양한 동화들의 초석이 된 셈입니다.
샤를 페로가 이렇게 아이들을 위해 구전 민담들을 글로 엮어 책으로 만들기 시작했던 시기는 루이 14세 왕정 시절입니다. 그가 발간해낸 단편 동화 모음집의 제목은 <옛날이야기>.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제목이지만 이 속에는 유럽의 다양한 민담들을 토대로 한 문학성이 돋보이는 동화들이 총 8편, 시 3편이 담겨있는데요. 이 속에는 우리가 잘 아는 동화 <신데렐라>, <푸른 수염>, <빨간 망토>, <장화 신은 고양이>,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엄지 공주> 등이 수록돼있습니다.
다양한 상상력과 동심 어린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것이 지금에야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마는, 당시 종교적 교리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던 유럽 사회에서는 금기로 여겨졌습니다. 실제로 우화나 민담은 공상적이고 음란하며 허무한 이야기들로 아이들에게 적용됐을 시 구원할 길이 없다는 사상이 지배적이었는데요. 그러한 시기에 샤를 페로가 엮어 만든 동화책은 프랑스 사회 내에 하나의 사건으로 여겨지기에 이릅니다.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행보였고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었던 부분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다양한 문학 장르 중에 어린이를 위한 동화 장르가 개척됐고 오늘날 이 샤를 페로의 동화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 각색되는 것은 물론, 현대 이야기 속에 독특한 모티브로서 재현되고 있습니다.
샤를 페로 작품에 날개를 달다 |
<신데렐라>, <장화 신은 고양이>,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빨간 망토>, <엄지공주> 등 우리에게 이 동화들이 익숙한 이유는 단순히 재미있는 스토리와 교훈 때문만은 아닙니다. 동화책 속 이야기를 임팩트 있게 전달하는 다양한 영상, 무대 컨텐츠들이 힘을 실어준 셈인데요. 원작동화의 감동을 북돋아 주는 것은 물론 화려하고 다채로운 영상미와 무대를 통해서 상상력에 힘을 실어주고 실감 나는 연출이 인기를 끄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차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고전 동화와 소설을 차용하여 발레 연주곡으로 완성한 차이코프스키는 샤를 페로의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이용해 발레 곡을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황제 극장의 디렉터였던 이반 프세볼로슈키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차이코프스키의 두 번째 발레 곡인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화려한 무대로도 관심을 끌었지만 차이코프스키가 쓴 발레 곡 중에서 가장 연주시간이 길어 화제였는데요. 그런 만큼 최고의 무용수와 오케스트라가 함께해 현재까지도 차이코프스키의 다양한 곡 중에서 단연 으뜸으로 꼽히는 레퍼토리로 불립니다. 무용을 이용해서 동화 속 주인공들의 비극과 사랑을 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연출해 동화의 내용을 더욱 화려하게 완성해줍니다.
그 밖의 샤를 페로의 작품이 세계 많은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게 된 것은 1950년대 월트디즈니사에 의해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부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다양한 작품이 월트 디즈니에 의해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됐지만, 그중에서도 신데렐라라는 작품을 예로 들어 살펴보면 그 인기를 조금 더 확실히 알 수 있는데요. 신데렐라의 원어 제목은 <성드리용과 가죽신 Cendrillonou la petite pantoufle de vair> 이었지만, 영어 오역으로 가죽신(Vair)이 유리(Verre)로 바뀌게 됐고, 만화 영화 속 유리구두의 이미지로 인해 동화 원작 제목마저도 가죽신에서 유리신으로 변경됐습니다. 이러한 해프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동화를 이야기를 돋보이게 해준 애니메이션의 영향력이 그의 작품에 더욱 힘을 불어넣어 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 근대 비평의 아버지라 불리는 비평가 생트뵈브는 훗날 샤를 페로 동화에 대해서 평하기를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는 인간의 미덕 가운데 하나인 만인의 영혼을 거세게 뒤흔드는 소박함’이라고 평하며 세계 수많은 어린이의 마음과 동심을 아우르는 그의 작품에 대해 찬사를 보내기도 합니다. 동심에 대한 세심한 눈길과 관심으로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맞춰주는 그의 마음 씀씀이가 오늘날 다양한 모습으로 재현돼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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