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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전시회/팔레드 도쿄/누벨바그] 한 공간에서 만나는 21개의 전시 – ‘Nouvelle vague’


파리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전시가 새롭게 선보이고 있고, 사람들은 그 매력을 찾아서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하지만 이러한 많은 전시를 모두 관람하고 싶은 마음에 갤러리가 가득 들어선 거리를 방문한다 하더라도, 보통 3~4개의 전시를 장소를 옮겨가며 관람하다 보면 마음의 여유보다 피곤이 앞서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매력적인 전시를 다양하게 감상하고 싶은 욕심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기기 마련이지만, 지금 파리에선 그 ‘욕심’을 채워 줄 전시가 사람들의 마음을 이끌고 있습니다. 한 공간에서 열리는 21개의 전시. 그 불가능할 것 같은 시도가 팔레드 도쿄 전시장에서 ‘누벨 바그’란 이름으로 열렸습니다.


변화와 혁신으로 돌아가다



‘새로운 물결’이라는 뜻을 가진 ‘누벨 바그’는 1950년 후반에 프랑스 영화계에 불어닥친 혁신적인 영화 운동을 뜻하는 단어입니다.당시 기존의 진부한 영화시스템에 염증을 느낀 프랑스 영화계는 젊은 감독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영화 스타일을 시도 및 발전시켰고, 그 결과 세기에 남을 큰 변화를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이 후 ‘누벨 바그’란 단어는 하나의 상징적 단어로서 기존의 틀을 탈피하고 젊은 세대로부터 변화를 꾀한다는 의미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누벨 바그의 프랑스 대표감독 이야기 보러가기 :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변화와 혁신을 뜻하는 누벨 바그는 이젠 너무 익숙해져 버린, 그래서 다소 진부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시 ‘누벨 바그’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새로운 물결이라는 뜻의 초심을 강조하며, 새로운 전시형식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같은 공간, 다른 이야기



‘13개 국적의 21명의 큐레이터, 그리고 그들이 각자의 다른 주제를 가지고 만들어 내는 21개의 전시.’ 복잡한 설명 없이 단순명료한 이 전시 홍보 문구는 파리지앵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습니다. 전시오프닝에는 무려 14,000명의 방문객이 전시장을 찾았으며 마치 축제를 열기라도 하듯 전시장 외부에서는 오프닝을 알리는 종이꽃이 뿌려졌습니다.


이번 전시는 전 세계에서 지원한 500명의 큐레이터의 전시기획서를 바탕으로 진행된 국제 공모전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총 21명의 최종합격자가 선발되었고 누벨 바그라는 주제 의미에 걸맞게 그 들은 대부분 2~30대의 젊은 큐레이터와 그 들이 선정한 젊은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A HISTORY OF INSPIRATION (영감의 역사)’, ‘LA FIN DE LA NUIT (밤의 끝) ’, ‘UN ESCALIER D'EAU (물의 계단), ‘CONCERT HALL (콘서트 홀) 등 이름만 들어도 흥미로운, 다양한 주제를 가진 그들의 전시는 공통점이나 통합성의 강조를 벗어나 21개의 독립된 전시로서 그 주체성을 드러내는데 중심을 두고 구성되었습니다.


한 지붕 아래에서 이루어진 동시다발적인 이번 전시는, 경계 없이 구분 지어진 각 각의 다른 전시들을 감상하다 보면 팔레드 도쿄의 넓은 공간이 주는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는데요. 전시장은 전시를 위한 공간과 휴식을 위한 공간을 적절히 분배되어 거대한 하나의 전시 산책로가 되었습니다. 다양성과 독립성을 강조한 ‘하나의’ 전시 ‘누벨 바그’. 이 전시는 정체되지 않고 새롭게 변화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새로운 전시 경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 파리통신원 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