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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터/일루셔니스트] 영양가 높은 예술 매체, 프랑스 애니메이션

단순히 영웅 캐릭터의 용감무쌍 일대기를 그려낸 아동용 킬링타임 무비보다 한 차원 높은 시청각 매체를 제공하는 것이 있습니다. 흔히 애니메이션이라 불리는 이 것은 웃고 즐기는 평면적 감정들 외에도 윤리와 자연, 사랑 등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담아 제작되고 있는데요. 예술 하면 빠질 수 없는 프랑스에서도 퀄리티 높은 애니메이션들을 다양하게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르네 랄루의 판타지 애니메이션

프랑스의 영화감독이자 애니메이터 르네 랄루는 세계 3대 애니메이터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가정형편 때문에 13살의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해야 했던 그는 은행, 공장 등 여러 곳을 거치며 인생경험을 쌓아가는데요. 그러던 1955년, 당시 정신병원에 같이 근무하던 동료의 권유로 환자와 직원들을 위한 인형극과 연극을 만들게 됩니다. 이 후 르네 랄루는 환자들의 그림을 바탕으로 완성한 첫 작품 <쥐의 이빨, 1960>을 시작으로 자신의 재능을 본격적으로 발휘하며 연출가로서의 삶을 이어가게 됩니다.
르네 랄루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애니메이션은 바로 <판타스틱 플래닛>입니다. 페이퍼 애니메이션으로도 불리는 이 작품은 무려 3년 6개월의 긴 시간 동안 25명이라는 소규모 인원의 수작업으로 탄생되었는데요. 푸른색의 거인들이 지배하는 행성에 장난감 취급 당하는 인간들의 반란을 담은 줄거리로 부드러운 수채화느낌의 색채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판타스틱 플래닛>은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충격을 선사한 고전 애니메이션으로도 꼽히는데요. 현대사회의 폭력과 갈등 등 여러 문제점을 암시하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셸 오슬로의 실루엣 애니메이션

미셸 오슬로는 다양한 장르의 애니메이션 기법을 선보이는 감독입니다. 어린 시절 단순한 작업으로 새로운 창작이 가능한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감독 데뷔 후 현재까지 30여 편의 단,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는데요. 꽃무늬 종이를 오려 만든 <3명의 발명가>부터 그림자를 이용한 <프린스 앤 프린세스>, <밤의 이야기>까지 개성 있는 작품들로 가득합니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는 실루엣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된 인기 작품입니다. 제목만 들어서는 단순히 왕자, 공주의 이야기 같지만 이 작품 안에는 각기 다른 6개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는데요. 표정이 없어도 전달되는 풍부한 감정과 함께 1분간의 휴식타임과 제작과정의 삽입 등 관객을 위한 재치 있는 배려 또한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또한 각종 효과와 화려한 기술로 치장된 미국식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수공예적인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특성을 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실뱅 쇼메의 2D 애니메이션

실뱅 쇼메는 이미지의 소중함을 아는 애니메이션 감독이라 여겨지는 인물입니다. 그는 프랑스의 ‘찰리 채플린’이라 불렸던 영화감독이자 배우, ‘자크 타티’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요. 대사보다는 이미지에 취중하고, 3D보다는 2D를 이용하는 점 등에서 자크 타티에 대한 애정과 존경으로 완성된 실뱅 쇼메의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0년 흥행작 <일루셔니스트> 역시 자크 타티가 자신의 딸에게 남긴 한 통의 편지에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작품입니다. 실뱅 쇼메는 딸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자크 타티의 마음을 시나리오에 그대로 풀어냈는데요. <일루셔니스트>는 프랑스의 유명한 두 예술가, 자크 타티와 실뱅 쇼메가 만난 마법 같은 순간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프랑스 애니메이션은 밤 거리를 장식하는 수 많은 네온사인처럼 현란하고 눈에 확 띄지 않습니다. 그저 밤 하늘에 떠있는 이름없는 작은 별처럼 그 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을 뿐인데요. 우연히 다음의 애니메이션들을 접할 기회가 찾아온다면, 무엇보다 오래 남을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