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라는 나라에 ‘낭만’이란 이미지를 부여한 일등 공신, 샹송. 사실 샹송은 프랑스를 비롯한 불어권의 나라에서 프랑스어로 부르는 노래를 총칭하는 말이지만, 우리에겐 프랑스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 중 하나인데요. ‘프랑스인처럼 아름다운 샹송을 가진 국민은 없다’는 볼테르의 말처럼, 샹송은 부드럽고 감상적이며 다른 어떤 것보다도 프랑스적인 느낌을 줍니다.
샹송의 역사는 순례자와 음유시인들이 등장했던 중세시대부터 시작됐습니다. 유명한 음유시인들은 성주에게 고용되거나 기사급의 대우를 받기도 했는데요. 그 후 르네상스 시대가 오면서 샹송의 주도권은 민중들에게 넘어가게 되었고, 노래를 업으로 삼는 최초의 샹송 가수들이 등장한 것도 바로 이 르네상스 시기였습니다.
18세기 무렵, 샹송은 독립적인 문학으로 인정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옛날 선비들이 즉석에서 시를 지어 지성을 대결했듯 프랑스 곳곳에 카보(Caveau)라는 일종의 카페가 등장, 그 곳에서 주제를 정해 즉흥적으로 샹송을 만들어 내는 것이 유행했는데요. 카보 외에도 조금 더 정치적인 성향을 띈 고케트, 겡게트 같은 교외의 클럽 들도 샹송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합니다.
19세기 중엽을 지나면서 서서히 감상적인 샹송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영화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물랑루즈 같은 뮤직홀과 몽마르트를 중심으로 한 카바레의 등장으로 샹송은 다시 한 번 꽃피우게 되는데요. 특히 카바레에서 불리운 샹송은 파리 하층민의 삶을 주로 노래하였으며, 이는 후에 유명한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에 의해 계승됩니다.
프랑스의 수 많은 샹송 중에서도 유독 우리에게 친근한 곡들이 있습니다. 비록 가사는 모를 지라도 들으면 누구나 흥얼거리게 되는 멜로디를 가진 곡들인데요. 조 다생(Joe Dassin)의 샹제리제를 비롯, 다니엘 비달(Daniele Vidal)의 피노키오, 이브 몽땅(Yves Montand)의 고엽, 에디트 피아프 (Edith Piaf)의 장미빛 인생, 사랑의 찬가 등은 샹송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명곡입니다.
이러한 명곡들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전역에 걸쳐 오랜 시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감성적인 샹송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이브 몽땅의 고엽(Les Feuilles Mortes)은 1950년에 미국의 작곡가 자니 머서(Johnny Mercer)가 영어 가사를 붙여 ‘Autumn Leaves’라는 제목으로 발표했고, 이후 많은 유명 가수들이 리메이크 하며 유명세를 탔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를 부른 가수들 중 가장 최고로 손꼽히는 것은 역시 맨 처음 불렀던 이브 몽땅인데요. 특히 노년에 올림피아 극장 공연에서 불렀던 고엽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겨주며 아직까지도 회자 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친숙한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같은 팝송도 사실은 샹송이 원곡입니다. 클로드 프랑소아(Claude Francois)가 부른 원곡 ‘Comme d'habitude’를 영어로 번안한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My Way인데요. 미국에서 이 곡을 부른 프랭크 시나트라는 굉장한 인기를 얻게 되어 은퇴 선언까지 번복했다고 하니, 샹송이 주는 감동은 곡을 이루고 있는 언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프랑스에는 앞서 언급했던 이브 몽땅, 다니엘 비달, 클로드 프랑소아 외에 샤를 트레네, 장자크 골드만 등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 온 가수들이 있습니다. 모두가 저마다의 특징을 가진 매력적인 가수들이지만, 프랑스가 가장 사랑했다고 말 할 수 있는 가수는 바로 ‘에디트 피아프’라 할 수 있습니다.
3류 가수였던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파리 빈민가를 전전하며 살아온 그녀는,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생계를 유지해나가던 중 카바레 주인인 루이 루프레의 눈에 띄어 샹송 가수로 데뷔하게 됩니다. 작은 체구와 상처 받은 영혼에서 뿜어져 나오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사람들은 서서히 매료되었고, 그녀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샹송 가수로 자리매김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유년기가 그러했듯이, 가수로 데뷔를 한 후에도 순탄치만은 않은 삶을 살았는데요. 그녀보다 늦게 데뷔했던 이브 몽땅과 사랑에 빠져 무명이었던 그를 인기 스타로 만드는 데 일조했지만 이내 버림을 받았고, 그 뒤 긴 방황 끝에 다시 찾아온 사랑 또한 불행한 사고로 잃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절망감과 사고에 대한 자책감을 견디지 못한 그녀는 마약과 술에 빠져 지내다가 48세의 나이로 그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요. 이 두 번의 짧지만 강렬했던 사랑은 그녀 인생의 최대 명곡이라 할 수 있는 ‘장미빛 인생’과 ‘사랑의 찬가’를 남기는데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7년에는 이렇게 파란만장했던 에디트 피아프의 인생을 담은 영화 ‘라비앙 로즈(원제:La mome)’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비극적이고 불운한 삶 속에서도 노래로 모든 것을 승화시킨 그녀. 그런 그녀를 ‘샹송의 전설’ , ‘프랑스의 목소리’로 칭하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연말에는 감미로운 샹송을 한국에서도 만나볼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디바로 불리는 파트리샤 카스(Patricia Kass)가 오는 12월 2, 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내한 공연을 갖기 때문인데요. 이번 공연은 에디트 피아프의 50주기를 기념하여 진행되는 세계 투어로,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1987년 데뷔하여 지금까지 연 100회 이상의 공연을 비롯, 총 160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 기록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프랑스의 국보급 가수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histoire de la chanson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샹송
프랑스가 사랑한 샹송 가수
샹송의 디바, 파트리샤 카스 내한공연
이번 공연에서는 에디트 피아프 헌정 음반에 수록된 곡은 물론, 자신의 히트곡 등도 노래할 예정이라고 하니, 샹송을 좋아하는 국내 팬들 그리고 평소 샹송을 접해보고자 했던 분들께도 좋은 공연이 될 것 같습니다.
흔히들 샹송을 일컬어 ‘한 편의 드라마’라고 하지요. 아마 노래 하는 사람의 인생과 개성이 샹송 안에 진솔하게 녹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올 겨울,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감정까지도 노래 안에 녹여 내는 샹송의 깊은 매력에 빠져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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