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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까락스/2012 부산국제영화제/레오스카락스 내한] 보물 같은 천재감독, Leos Carax

프랑스의 권위있는 시사지 '르몽드'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물과 공기의 흔들림까지 잡아 내는 정교한 촬영 기법과 그 카메라를 통해 사색하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포스트 모더니즘 로드 무비의 일인자 빔 벤더스, 영화 시인 라이너 베르더 파스빈더.
이 세 감독이 장 뤽 고다르의 문법 안에 들어 있다면 레오 까락스는 고다르의 문법을 뛰어넘은 천재적인 감독이다."

레옹의 뤽베송 감독과 함께 프랑스 누벨 이마주(새로운 이미지) 영화감독으로 대표되는 레오 까락스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영화인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감독입니다.

영화로 세상과 소통을 꿈꾸던 어린시절

장난꾸러기 골목대장이였던 알렉스 뒤퐁(레오 까락스의 본명)은 12살이 되던 해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블로뉴 숲의 여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당시 이 영화는 크게 주목을 받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어린 천재 레오 까락스에게는 큰 영감을 불러 일으키며 영화감독으로의 꿈을 꾸게 해주는데요. 이후 10여년 간 정상적인 대화를 중단한 채 오로지 복화술로만 말하며 세상과의 소통을 끊고 살았던 그는 자신이 만든 영화를 통해 세상과 다시 소통하기 시작합니다.
그를 영화의 세계로 이끈 로베르 브레송 감독에 대한 장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영화 평론가로 데뷔한 후 그 원고료를 모아 영화를 단편영화 <교수형 블루스>를 제작하며 영화감독으로써의 커리어를 차근차근 다져가게 되는데요. 이후 파리 3대학 영화과에 진학하여 학업을 병행하며, 레오 까락스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리게 해준 영화 <소년, 소녀를 만나다>를 완성하게 됩니다.

천재 영화감독의 등장

레오 까락스는 그의 첫 장편작인 <소년, 소녀를 만나다>를 완성한 후 칸느 영화제에 출품하지만, 이름없는 신인감독에게 깐느는 매정했습니다. 그의 영화가 배정받은 상영시간은 새벽 3시 30분이였습니다. 그렇게 잊혀질 뻔했던 그의 작품은 <까이에 뒤 시네마>와 <포지티프>의 영화기자들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데요. '제 2의 고다르 등장! 깐느는 또 다시 후회한다.' 라는 타이틀의 기사가 실린 뒤 수 많은 매체들이 레오 까락스를 주목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세계 최고의 영화잡지 <까이에 뒤 시네마> 의 인터뷰는 물론, 세계적인 권위의 <르몽드>, <리베라시옹>등 언론과의 인터뷰를 일체 거절했는데요. 자신의 사진조차 공개하지 않자 깐느에는 어느덧 그에 대한 궁금증과 무성한 소문들이 쌓여갔습니다. 그렇게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채 그의 첫 영화 <소년, 소녀를 만나다>가 공식적으로 상영되었고, 무성했던 소문은 하루 만에 새로운 천재감독의 탄생을 알리는 축전으로 바뀌었습니다.

세기의 걸작이 탄생하기까지

레오 까락스의 기행은 첫 영화로 깐느의 주목을 받게 된 이후에도 계속되어 갔습니다. 사전 제작단계부터 활발하게 홍보활동을 펼치는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철저하게 베일에 쌓여진채 다음 영화 작업을 진행해갔는데요. 시나리오조차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채 밀폐된 스튜디오 안의 작업으로 완성된 영화 <나쁜피>로 다시 한 번 전세계적인 호평과 찬사를 받게 되니, 당시 그의 나이는 25세였습니다.
레오까락스의 대표작인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을 촬영할 당시 당국의 촬영허가를 받지 못하자 퐁네프 다리를 세트로 만들어버린 일화는 이미 너무 유명한데요. 퐁네프라는 파리의 아홉 번째 다리에서 만난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라는 다소 진부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레오 까락스는 그만의 화려하고 독특한 영상미로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영화로 탄생시킵니다. 총 5년이라는 긴 제작기간을 걸쳐 완성된 이 영화를 아직도 많은 영화인들이 최고로 꼽는 걸작 중 하나 인데요. 이 영화를 통해 줄리엣 비노쉬는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 하게 됩니다.
지난 2008년 옴니버스 영화 ‘도쿄’로 레오 까락스, 미셀 공드리와 함께 제작에 참여한 봉준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레오 까락스 감독과 함께 영화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10월 8일 시작되는 2012년 부산 국제영화제에는 <폴라X>이후 13년 만에 내놓은 그의 장편 <폴리모터스>가 월드 시네마 프로그램 상영작으로 선정되어 국내 팬들을 만나게 된다고 하는데요. 오랫동안 그의 장편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로지 영화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고집 속에서 레오 까락스는 자신의 신념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보이는 행동은 남들과 조금 다를지라도, 영화감독으로 보여주는 천재성은 과히 훌륭한데요. 그가 영화로 전할 다음 이야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