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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축제/프랑스음악축제] 우리 일상에 배경음악이 깔리다, Fête de la Musique

뭉개 구름이 적당히 낀 맑은 하늘을 머리 위에 두고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위하여 가벼운 발 걸음으로 거리를 나서는 일은, 영화 속 주인공이 보여주는 연기와 우리의 일상의 삶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데요. 단지 영화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인 배경음악이 잔잔하게 흐르고, 주인공의 일상의 더욱 분위기 있게 그려내게 됩니다. 현실에서의 프랑스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극도로 피하는 문화 때문에서인지 길에서 음악 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은데요. 하지만 ‘길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1년에 딱 하루, 프랑스에서 즐길 수 있는 날이 있습니다. 어디를 가든 어디에 있든 나를 배경으로 한 그 곳에는 음악이 존재하는 날. Fête de la Musique! 바로 음악축제입니다.

전 세계인들의 음악축제로

남녀노소 누구나’라는 흔해빠진 공식이 이 축제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입니다. ‘누구나 음악을 즐길 권리는 있다’고 이야기한 차이코프스키의 말을 바탕으로 삼고 있는데요. 모두가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음악을 하고, 음악을 듣고, 그리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날을 만들자는 취지 하에 당시 문화부 장관인 자끄 랭과 음악가인 모리스 플레헤에 의해 1982년 시작된 축제입니다. 당시 프랑스인 가운데 약 500만 명이 악기를 다룰 줄 안다는 것이 설문조사로 밝혀지자,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많은 사람 모두가 자유롭게 연주할 수 기회를 제공하자’라는 생각이 이 축제의 시작 이였는데요. 올해로 30년을 맞는 축제 Fête de la Musique는 역사가 오래될수록 그 영향력이 더욱 풍성해져 어느덧 프랑스만의 축제가 아닌 유럽전역으로 퍼졌고, 이제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아프리카 등 약 110국에서 열리는 전 세계의 축제로 발 돋음하고 있습니다.

음악의 중심, 자유

축제는 일 년 중 해가 제일 긴 날, 6월 21일 또는 22일 날 열립니다. 올해는 6월 21일 축제가 이루어졌는데요. 하지의 특성처럼 올해도 어김없이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하늘이 깜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해가 지더라도 축제는 밤 새 이루어지는데요. 파리 어느 곳에 있던 축제를 즐기기에는 손색이 없을 정도로 수 많은 까페와 상점, 길거리, 심지어 창문을 열어놓고 자신의 집 테라스에서 밖을 무대 삼아 사람들은 연주하고 춤추고 즐깁니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든 상관없고, 프랑스 어디에 있던 그 곳에 존재합니다.
2012년의 테마는 POP 으로 진행되었는데요. 하지만 주제는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하나의 큰 틀 일뿐 클래식, 일랙트로닉, 재즈, 디스코, 팝송 등 모든 장르의 음악을 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이 날만은 예약을 하지 않아도, 돈이 없어도 거의 모든 연주를 즐길 수 있고, 뮤지션들은 연주회장소가 없어도 연주를 할 수 있는데요. 또한 파리시는 음악축제를 즐기는 시민들을 위해 지하철을 공짜로 밤새 연장 운행합니다. 이렇듯 음악축제는 파리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축제 중 가장 상업적이지 않고 시민들에 의해 자체적으로 성공을 이끌어내고 있는 행사 중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유명한 뮤지션들, 아마추어 음악 동호회 사람들, 지난 시대의 음악을 추억하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아직은 악기가 서투른 아이들, 청소년들, 그리고 가족 밴드까지 모두가 이 날만은 주인공입니다. 단지 연주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손에 맥주나 와인을 들고 환호하고 춤을 추는 모습 또한 이 축제에 볼거리인데요. 조그만 불법 행위도 용인하지 않는 프랑스이지만, 이 날만은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로 찻길이 막혀도, 거리에서 직접 만든 칵테일과 음식을 팔아도, 모두 즐길 수 있는 축제라는 이름아래 모든 것이 허용 됩니다.

프랑스어로 ‘음악을 하자 (Faites de la musique)’라는 말과 ‘음악축제 (Fête de la musique)’라는 말은 우연이도 같은 음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연이 아니라 필연처럼 느껴지듯 말이지요.
음악축제의 날, 모든 이들이 해야 할 일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계획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서 산책을 가듯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음악이 알려주는 그 길을 따라 흥겹게 즐기고 또 걸어가면 됩니다. 그 행복한 산책길은 음악과 어우러져 모두를 삶이란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파리통신원-임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