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사이드 미러 속에 비친 무표정한 얼굴, 차창 밖으로 익살맞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패션쇼장을 이동중인 모델. 수많은 세계적인 패션 피플들이 정신 없이 거리를 누비는 컬렉션 현장 속에서, 그 누구보다 그 순간을 유니크하게 담아내는 포토그래퍼를 만났습니다. 바로 루이스클럽의15FW 룩북 프로젝트, 'LOUIS CLUB FW15 campaign [서울 남자]'의 촬영 현장 속에서,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남현범 작가와 인터뷰를 가졌는데요. 그와 함께한 루이까또즈 11월 문화인 인터뷰, 지금 만나볼까요?
■ 화려한 프레임 속으로 카메라를 들고 훌쩍 떠나다
매거진 혹은 SNS 채널 곳곳에서 눈길을 잡아 끄는 다양한 스트리트 컷들. 남다른 감각의 스타일링과 유니크한 아이템으로 무장한 사진 속 패션 피플들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워너비가 되곤 하죠. 특히 뉴욕, 파리, 밀라노 등 시즌 컬렉션을 앞둔 패션 도시들에서는 그야말로 세계 패셔니스타들의 가장 화려한 순간들을 사진 속에서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데요. 마치 다른 세계 속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풍경들이 궁금했던 그는 카메라 하나를 들고 그 곳으로 훌쩍 떠나게 됩니다.
사각 프레임 속 화려한 풍경과 사람들은, 그가 갖고 있던 호기심과 모험심을 불러내기에 충분했는데요. 사진을 따로 배우지 않았지만, 특별한 순간을 포착해내는 자신만의 센스와 감각을 담은 사진으로,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남현범의 사진은 해외 첫 시즌부터 주목을 받게 됩니다. 흔한 스트리트 사진들 속에서 그의 사진은 단연 돋보였을 뿐만 아니라, 스트리트 컷이 생소했던 국내에서도 그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1세대로 자리매김하게 되는데요. 해외를 바쁘게 누볐던 그를 서울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interview>
Q. 자신의 주 전공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리트 포토에 매료되어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찾아 외국으로 떠나셨다고 들었어요. 원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모험심이 많은 성격이었나요?
- 네. 호기심과 모험심이 많은 편이에요. 뭔가를 할 때에도 그 후의 상황은 잘 생각하지 않고 ‘괜찮겠지’하면서 일단 실행하곤 하거든요. 원래 낙천적인 성격도 한 몫 하구요. 촬영을 할 때도 그때그때 충동적으로 하는 편이에요. 준비하고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괜히 어려워지거든요. 그러다 보니 촬영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었구요. 촬영 현장에서 그냥 마음을 비우고 즐기다 보면, 재미난 일도 벌어지고 뜻밖의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거든요. 마치 계획 없이 훌쩍 떠나는 여행이 더 즐거운 것처럼요.
Q. 소위 ‘1세대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라는 수식어가 작가님 이름 앞에 자주 붙곤 하는데요. 생소한 분야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겪었던 위기의 순간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그 때마다 도움이 되어주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해외 첫 시즌부터 운 좋게도 상황이 잘 풀려서 딱히 위기의 순간이라고 할만한 부분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몇 년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촬영 자체가 지루해지고 익숙해지는데, 그런 순간들이 더 위기라면 위기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변화를 시도하기엔 부담이 되기도 하고 경제적으로도 위험해지니까 안전한 길을 찾게 되는데, 그때마다 슬럼프 같은 게 찾아오더라구요.
Q. 뉴욕과 밀라노를 시작으로 세계 속의 패셔너블한 도시에서 수많은 패션 피플들을 촬영해오셨는데요. 사진으로 담은 수많은 인물들과 상황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 어느 한 순간을 꼽기보단, 사실 매 순간 순간이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져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 그때의 상황들을 즐기면서 작업하는 것이 최고인 것 같아요.
Q. 설정된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아닌, 자연스러움과 의외의 것에서 나오는 매력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로 작업하시면서 무수히 많은 예측 불가능의 상황이 있었을 것 같은데, 혹시 뜻밖의 상황 때문에 당황스러우셨던 적은 없나요?
- 사실 뜻밖의 상황들도 촬영에 있어 모두 소중한 요소들이라 생각해요. 비가 오던 눈이 오던 말이에요. 심지어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틀 내내 짙게 깔렸던 미세먼지조차도 촬영 컨셉에 도움이 됐어요. 생각만 깨어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오히려 무기가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예측 불가능한 상황도 결국엔 예측이 가능해지구요. 한 가지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멀리서 오는 사람의 콧구멍이 벌렁거린다면 재채기를 하는 상황이 예상되죠. 저는 그래서 그 순간을 잡아내요. 길 위의 보도블럭이 툭 튀어나와있다면 실제로 누군가 넘어지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죠. 스트리트에서 사진을 많이 찍다 보면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이런 진기한(?) 능력 같은 게 생기는 것 같아요.
Q. ‘루이 14세’를 뜻하는 브랜드 ‘루이까또즈’는 프랑스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인데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로 활동하시면서 느꼈던 ‘프랑스’의 매력을 한마디로 이야기해주신다면?
- 자유롭고 솔직하고 재미있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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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촬영한 다양한 스트리트 컷들을 모아 출간된 그의 첫 번째 책 <STREETFSN>은 당시 뜨거운 기대 속에 패션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었는데요. 이후 세계 각지의 패션 컬렉션 현장에서 촬영한 핫 한 스트리트 컷들을 모은 책 <FASHION WEEK>가 최근 발간되면서, 다시 한번 그의 개성 넘치는 사진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내로라 하는 세계의 패션 피플들과 셀럽들의 모습을 담아내던 그가, 이번 새로운 프로젝트의 목적지로 서울을 택했습니다.
유럽과는 또 다른 무궁무진하고 예측 불가능한 매력을 가진 도시, 서울. 남현범 작가가 담아낸 서울은 또 어떤 모습일지, 루이스클럽과 함께하는 사진전에서 곧 공개 될 예정인데요. 남현범 작가는 최근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필름 카메라로 작업을 하면서, 필름 작업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는 중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작업 스타일에도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고 하는데요. 익숙해진 풍경 속을 벗어나 조금씩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고 있는 그의 눈길을 향하는 곳은 어딜지, 그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볼까요?
<interview>
Q. 첫번째 책 <STREETFSN>에 이어, 올해는 <FASHION WEEK>를 출간하셨는데요. 지금은 패셔너블한 사진에서 작업스타일에 살짝 변화를 주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꾀하시는 중인가요?
- 시각이 좀 달라진 것뿐이에요. 첫 번째 책<STREETFSN>에서는 인물 한 명 한 명에 관심이 많았었어요. 옷 잘 입는 사람들의 특징은, 그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입는다는 것이었거든요. 누가 어떤 옷을 어떻게 스타일링 하느냐는 사실 그 사람의 성격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직업, 자주 짓는 표정, 습관 등도 그 사람의 패션 속에 모두 녹아 들어있다고 생각하구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모습이 익숙해 지다보니, 서서히 다른 요소에 관심이 갔어요. 책 <FASHION WEEK>는, ‘패션 위크’라는 특정 기간 동안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책이에요. 패션 위크 현장은 모든 풍경이 굉장히 패셔너블 하면서도 익숙하고 공감이 되고, 구경거리가 제법 많으니까요
Q. 요즘 좋아하는 포토그래퍼 혹은 눈 여겨 보고 있는 포토그래퍼는 누가 있는 지 궁금해요.
- 사실 다른 포토그래퍼들의 사진들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니에요. 좋은 사진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생각이 복잡해지거든요. 가끔 보는 건 예전 스트리트 사진 거장들의 작품들이에요.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이나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 같은 전설의 포토그래퍼들의 사진들이요.
Q.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 저는 계획이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살자는 주의에요. 다양한 작업을 하다 보면 흥미로운 것들이 눈에 띌 때도 있고, 또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그 생각들을 그때 그때 실행하는 편이에요.
Q. 국내에서 스트리트 포토그래퍼에 대한 인식이 다소 생소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를 꿈꾸는 젊은 친구들도 많은데요. 현범씨처럼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 괜히 겉으로만 보이는 멋을 쫓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내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지금 내가 생활하고 있는 그 모습들이, 나한텐 익숙하지만 누군가에겐 신선하고 재미난 요소가 될 수 있거든요. 솔직하게, 또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고, 찍고 싶을 때는 사진 찍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더라구요.
■ 남현범의 스타일 |
인터뷰 당일에도 언제 어디서든 카메라를 들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남현범 작가의 편안한 스타일링이 눈에 띄었는데요. 편안함 속에서도 놓치지 않은 남현범 작가의 센스가 스타일링 곳곳에서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남현범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버킷햇은 카메라 이외에 꼭 가지고 다니는 데일리 아이템이라고 하는데요. 한 가지 아이템을 오랫동안 착용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의 모습은, 마치 조금 느리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필름 카메라의 매력과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카메라 이외에 평소에 꼭 지니고 다니는 패션 아이템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제가 항상 쓰고 다니는 벙거지 모자(버킷햇)를 포함한 모자 아이템들이요. 지금 헤어 스타일이 스킨 헤드라, 햇볕의 직사광선을 오래 받으면 어지러워지거든요.(웃음)
Q. 평소 어떤 스타일링을 선호하고 즐기시는 지 궁금해요.
- 제 평소 스타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편한 게 최고라고 생각해서, 무조건 편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쇼핑을 좋아하긴 하지만 살짝 귀찮기도 해서 잘 안하고 있어요.(웃음) 옷은 하나를 입으면 거의 해질 때까지 오랜 시간 입는 편이에요.
계획대로 짜여진 판이 아닌, 예측 불가능한 풍경 속에 뜻밖의 순간을 포착해내는 남현범 작가의 사진처럼, 그의 작업 방식과 라이프 스타일 속에서도 자유로움을 한껏 느낄 수 있었는데요. 마치 발길 닿는 곳으로 떠나는 기약 없는 여행처럼, 매 순간 자신만의 ‘유니크 모먼트’를 만들어가는 그가 담은 풍경은 또 어떤 모습일 지, 앞으로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남현범 작가와 함께한 루이스클럽 사진전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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