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The 18th Century Back in Fashion
패션계에는 하나의 불문율처럼 지켜지고 있는 패턴이 있다. 그 것은 계절을 누구보다 먼저 한 발짝 앞서나간다는 것이며 그 것을 곧 시간을 앞서서 유행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빠르게 더 새롭게'라고 외치는 패션계에서 '구식'을 지향한다는 것은 한 멋 좀 지향한다는 사람의 미간에 주름을 만들게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식'이라는 느낌을 넘어서 그 것이 '클래식' 또는 '빈티지'으로의 귀환이 된다면 그 것은 가장 프랑스적이고 가장 파리지앵의 멋을 대표하는 모습으로 뒤바꿈 될 것이다. 그렇다면 '빈티지'에 머물렀던 과거로의 미래형이 '앤틱'으로 까지 확장되면 어떨까? 프랑스 사람들이 열광하는 '앤틱'은 과연 시간 속 과거에만 머무는 것일까?
아방가르드를 극적으로 추구하는 매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옷이나 전위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옷에서 18세기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면? 지금 프랑스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전시 le 18 siecle au gout du jour : The 18th Century Back in Fashion은 가장 최신을 추구하는 패션 속에 숨어있는 18세기의 흔적을 눈으로 발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 디자이어 크리스챤 디올, 샤넬, 야마 요시모토, 비비안 웨스트우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장 폴 고띠에 등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베르사유 궁의 왕의 별채였던 그헝 트리아농 (grand trianon) 곳 곳에 시간의 차를 뛰어넘어 장소와 완벽하게 융합된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다. 이 전시는 이번 전시를 위해 18세기 옷을 디자이너들이 재현한 것이 아닌 이미 오뜨 꾸뜨르( Haute couture)를 통해 발표된 디자이너의 작품들 중 18세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작품들을 모아 전시한 것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베르사유 궁의 화려찬란한 인테리어 장식과 가구 사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 옷들은 '전시회'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았으면 진짜 18세기 시대의 옷을 디스플레이 해놓았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앤틱'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전시장에는 디자이너의 옷들 사이에 실제 18세기 옷들의 섞어서 배치, 전시해놓았는데 설명을 보지 않고서는 어떤 것이 실제 18세기 옷이고 어떤 것이 현대 디자이너의 작품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시간은 초월했지만 각각의 작품들은 소재와 디테일을 통해 자신만의 디자인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풍부한 장식의 크리스챤 디올, 비대칭컷과 니트를 적극 이용한 마틴 마르지엘라, 검은색과 금색의 조화를 멋지게 소화하는 장 폴 고띠에, 그래고 야마 요시모토의 장식이 아닌 선과 주름으로만 이루어진 디테일이 장식적으로 평가 받는 로코코시대의 패션에 자연스럽게 융화된 모습은 유쾌한 발견을 선사한다.
그렇다면 이 전시가 왜 지금 파리에서 가장 핫한 전시 중 하나일까 그것은 단순히 유명 디자이너의 이름들이 달려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 것은 바로 '과거로의 회귀'는 퇴보가 아니라 '동경'이라는 것, 그 것이 프랑스 문화의 특징이며 매력이기 때문이다.
전시는 말한다. 당신 옷장에도 분명히 18세기의 흔적은 존재한다고
옷장을 열어보자. 지금 당신의 옷은 '현대'적인가? 그 옷 속에 몇 개의 시대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가. 단추의 모양, 자켓의 절단선, 셔츠의 소매선, 아니면 전체의 모습이 어느 시대의 패션을 닮았는가. 그 새로운 발견은 바로 파리지앵들이 추구하는 과거로의 동경의 한 단면이자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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