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bit.ly/YpLboF]
각 나라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신문사가 있습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영국의 더 타임즈, 일본의 요미우리와 아사이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요. 세계 10대 신문사 중 유일하게 불어로 발행되며 전세계 120개 국가에서 읽히는 프랑스의 르몽드지 역시 빠질 수 없습니다.
1944년 8월 파리가 독일 나치로부터 해방되면서, 많은 신문들이 우후죽순처럼 창간되었는데요. 그 해 겨울 마지막으로 탄생한 신문이 르몽드입니다.
당시 드골 정부는 외국인에게도 신뢰받는, 프랑스의 대표 정론지가 탄생하기를 희망했습니다. 이후 법학자 뵈브-메리(좌)를 중심으로 하는 레지스탕스 출신들이 대거 참여하며 신문창간을 준비했는데요. 하지만 종이도 귀하고, 자금도 부족했던터라 결국 드골정부에게 100만프랑이라는 거액을 지원받아 르몽드를 창간하게 됩니다. 현재는 가장 청렴한 언론 중 하나인 르몽드가 그 시작은 일종의 관제언론 이였다니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겨우 창간 60년을 맞은 르몽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의 여러 언론들에 비교한다면 신생언론에 속한다 할 수 있지만, 신문의 영향력이나 인지도면에서는 다른 신문들을 압도 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아마도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철저히 고집하며 지켜온 르몽드의 올곧은 정신 때문 일겁니다.
비록 외부의 자금으로 창간하였으나, 이듬해 4월 원금을 갚기 시작한 르몽드는 채 1년이 되지 않아 부채를 모두 상환하게 되는데요. 이후 르몽드는 신문사의 지분을 외부인에게 절대 양도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며, 특정 이데올로기와 권력으로부터의 완벽한 독립을 선언합니다. 현재 르몽드는 대기업의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의 신문사들과 달리 70%이상을 신문 판매 수입을 통해 충당하며, 창간 이후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외부의 권력과 재정으로부터의 철저한 독립을 통한 언론의 자립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르몽드는 그 이름처럼(monde는 프랑스 어로 '세계, 지구'라는 뜻) 국제문제에 많은 비중을 두는 신문입니다. 그 내용은 민족적인 이해보다는 보편적인 관점에서의 휴머니즘을 지향하는데요. '레인보우 워리어 호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1985년 7월, 뉴질랜드 오클랜드 항에 정박중이던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 호’가 폭탄테러로 인해 폭발, 한 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당시 르몽드는 끈질긴 추적끝에 사건의 배후에는 프랑스 정보기관인 대외안전총국(DGSE)이 있었음을 밝혀내고 이를 1편에 대서특필했습니다. 겉으로 보자면 르몽드는 반국가적인 보도를 통해 자국의 국익에 치명적 손상을 입히고, 당시의 미테랑 정부가 세계로부터 지탄을 받도록 만들었지만, 이 사건을 통해 언론의 진실보도에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르몽드는 사진의 비중이 적고, 오탈자가 없는 신문으로 유명합니다. 많은 신문들이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읽는 신문보다는 보는 신문을 지향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데요. 페이지마다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글자만큼이나 속이 꽉 찬 정보를 통해, 읽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길러주고 있습니다.
신문이라는 대중매체는 사회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르몽드지 역시 매스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 가며 올바른 사회구현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미래에도 본분을 잊지 않는 진실된 연결고리가 되어주기를 바래봅니다.